[사람 사람] 해킹대회 상금 이웃돕기에 기증 오태호·정정화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도둑질(?)' 로 번 돈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준 두 명의 젊은이.

지난 6월 열린 올림페어 카이스트 국제해킹대회에서 2위를 차지해 받은 상금 1만달러를 최근 중앙일보 불우이웃돕기에 기탁한 '더 베스트 팀' 의 오태호(吳泰浩.22.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3년 휴학.사진 왼쪽).정정화(鄭政和.22.숭실대 컴퓨터학부 2년 휴학)씨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자체 제작 보안프로그램으로 무장한 네트워크에 침입, 암호를 해독하는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이번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2위팀보다 먼저 2단계를 통과했지만 대회종료 시점에 서버를 장악한 팀이 우승자가 되는 규칙 때문에 3위에 머물렀고, 1단계를 통과한 팀이 없어 1위팀은 선정되지 않았다.

"아쉬운 점도, 후회도 없어요. 그저 우리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 참가했고 뜻하지 않게 상금 1만달러를 받게 돼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놨을 뿐이죠. "

이들은 "해커(Hacker)는 네트워크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새로운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시스템에 침입한다" 며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크래커(Cracker)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고 강조했다.

리눅스의 '자유로움' 에 빠져 있다는 鄭씨는 휴학을 하고 현재 와이즈 소프트라는 벤처기업에서 리눅스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매일 20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낼 정도로 컴퓨터를 끼고 산다.

병역특례업체인 4DL에서 근무하는 吳씨는 일반 TV를 이용해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1996년 세계 웹페이지 공모전 학교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吳씨는 중앙일보 학교정보화(IIE)운동의 일환인 'IIE9119 봉사대' 대원으로 활동하면서 정보화운동에도 앞장서기도 했다.

정보화의 선두에 서있는 이들이지만 최근의 인터넷 붐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붐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채 사용자 수의 급증 덕분에 이뤄졌졌습니다. 네트워크나 시스템의 안전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상업적인 측면에서 대중화가 진행됐기 때문에 허점과 구멍이 많은거죠. " 鄭씨의 뼈아픈 지적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해킹 경유지가 된 것도 이러한 허점 때문" 이라는 吳씨는 "컴퓨터 보안장치를 해두는 것은 집의 문단속을 하는 것과 같다" 고 강조했다.

"우리는 음지에 숨어있는 해커가 아니다" 고 강변하는 이들의 꿈은 학교에 남아 연구활동을 계속하는 것. 일반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환경을 만드는 것도 약관(弱冠)을 막 지난 두 사람의 당찬 꿈이다.

글.사진=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