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외고 입시 면접 이렇게 <상> 학습계획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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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정현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학습계획서에 봉사와 체험학습, 독서경험 등을 쓸 때는 지원하고자 하는 전공 외국어와 일관성을 갖는 게 좋다. [황정옥 기자]


지원동기
지망 외국어와 진로 연관성 있어야

교육과학기술부 학교제도기획과 정제영 사무관(이하 정): 일부에서 영어 내신과 관련해 1등급(상위 4%)을 받아야 외고에 지원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올해 1등급을 받는 4800여 명이 모두 외고 준비생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 그 학생들이 4개 학기 전부 1등급을 받기도 어렵다. 1등급을 위한 입시가 아니라 진로 의식이 뚜렷한 학생을 뽑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경험과 지원동기가 일치하는가다. 예컨대 왜 스페인어학과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그동안 스페인어와 관련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쓰면 된다.

월촌중 김영임 교사(이하 김): 외고 자체가 목표가 돼선 안 된다. 예컨대 외교관이 목표인 학생은 자신이 글로벌리더가 되려는 확고한 신념을 가졌고, 외고는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지원동기에 녹여야 한다. 지원 학과에 대한 자신의 자질이나 재능을 스스로 평가하는 것도 좋다.

경기외고 전성은 교감(이후 전): 경기외고는 지난해 처음 입학사정관제로 신입생을 선발했다. 가령 유엔 세계기구에서 일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영어가 중요해 해당 학과의 지원동기로 충분하다. 교사추천서·생활기록부 등 그 학생을 볼 수 있는 자료가 많아 연관성을 보면 그 학생에 대해 알 수 있다.

하늘교육 임성호 기획이사(이하 임): 지원 계기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부모와 외국에 나갔다가 관심을 갖게 됐다면 희소성이 있다. 영어 방송을 듣다가 잘 이해가 안 돼 ‘어느 선 이상을 넘고 싶었다’고 공부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것도 좋다. 지원 학교에 대해 조사했더니 그 학교 커리큘럼이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기대를 담는 것도 좋다.

울산외고 입학사정관 총괄 조범래 장학관(이하 조): 지난해 입학사정관제로 신입생을 뽑은 울산외고의 경우 지원 동기는 거의 문제 삼지 않았다. 중학교 생활을 성실히 했는지, 봉사활동을 통해 남을 배려하는 정신이 있는지, 창의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는지, 독서에서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있는지 평가했다.

학습과정 및 진로계획
나는 ‘능력 있는 학생’ 간접표현

정: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우고 이를 평가해 보니 어떻더라는 경험을 얘기하고 느낀 점을 말해야 한다. 학습과정과 느꼈던 점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진로계획에 대해 독일어과에서 공부한 후 대학에서 법학과에 진학, 후에 독일에 유학가 독일법을 배우고 싶다는 식의 진학의지나 대학, 직업까지 일관돼야 한다.

전: 자신이 향상되는 모습을 쓰는 것이 좋다.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한 과정이 더 중요하다. 예컨대 가정형편이 어려워 사교육을 받지 못했다면 그 점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그런 환경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적이 올랐다는 것을 입증하는 식이다.

김: 전공 학과에서 자신의 학업능력과 지적 호기심이 어떻게 연계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중학교 시절 겪었던 어려움이나 좌절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과정 속에서 새롭게 발견한 가치 등을 강조한다.

임: 다녔던 초·중학교의 특징으로 자신의 장점을 표현한다. 예컨대 자신의 중학교에서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해 글짓기·웅변대회 등을 자주 개최했고, 자신은 거기에서 어떤 성과를 냈다고 쓴다. 진로는 분야가 명쾌해야 한다. 예컨대 경제학 중에서 거시경제 부분 중 환율에 관심이 많다고 쓴다. OO영자신문을 본다고 하면 간접적으로 실력이 있는 학생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봉사 및 체험활동
‘중3다운’ 경험과 느낌 중요

조: 울산외고 입시 결과 면접 중 점수 차가 많이 난 부분이 봉사활동이다. 진로와 연관되는 봉사 사례와 이유, 스스로 계획한 활동 내용과 방법 등을 평가했다. 위기 극복 사례가 있으면 더 좋다. 예컨대 동아리 활동에서 어떤 난관이 있었고, 이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극복했지 기록한다. 봉사활동도 다른 학생들이 꺼리는 것을 한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복도에 떨어진 오물을 자발적으로 청소했다는 학생 사례도 있었다. 특이한 봉사 경험이 있는 학생을 높이 평가했다.

정: 체험활동을 할 수 없는 소년소녀가장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동생들을 위해 아르바이트한 경험, 느낀 점, 앞으로 계획 등을 진솔하게 쓰면 된다. 다양한 체험·봉사에서 느꼈던 점이 전공 학과·학습 과정과 맞아떨어지면 더욱 좋다.

임: 너무 튀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지속성이 있는 체험활동이 좋다. 아예 없으면 없다고 솔직한 것이 낫다. 중3다운 진솔함을 보여줘야 한다.

독서 경험
독서 통한 자신의 변화 강조

조: 독서와 진로·적성이 일관성 있는지, 어려서부터 했는지가 중요하다. 문장이 매끄러운지를 보는 게 아니다. 인터넷에서 본 것은 절대 안 된다. 입학사정관들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다.

정: 교과나 일반도서, 만화책 무엇이든 상관없다. 이런 대목에서 느낀 점, 앞으로 계획 등이 책의 내용과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 세련된 것보다 중3이 학교 공부에서 얻을 수 있는 수준이면 된다.

김: 단순한 내용 요약이나 감상보다는 접한 시기, 읽게 된 계기, 책에 대한 긍정·부정적 평가, 이 책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 등 변화를 중심으로 쓰면 좋다.

임: 특정 분야의 책을 많이 읽으면 지식이 많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예컨대 초3 학년 때 삼국지를 봤는데 중학교 때 다른 작가가 쓴 걸 다시 보니 해석과 평가가 달라졌다고 쓴다. 면접관은 해석과 가치관의 적용능력, 판독능력, 자료해석 등을 통해 그 학생의 학습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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