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신화 '맥베스' 무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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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헛된 욕망을 쫓다가 결국 파멸하고 마는 맥베스의 영락(榮落)을 그린 '맥베스' . 셰익스피어 4대 비극중 하나다.

극단 신화가 1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학전 그린 극장에서 공연하는 '맥베스, THE SHOW' 는 욕망과 광기의 소유자라는 맥베스에 대한 기존의 분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맥베스를 나약하기 짝이 없는 한 편의 초라한 원맨쇼 주인공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한다.

원작의 뼈대는 유지하고 있지만 인물과 각종 소품 등에 다소 파격적인 변화를 주어 맥베스의 욕망과 광기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그의 불안을 끌어내 형상화했다.

우선 맥베스 주변의 인물들을 과감히 축소했다. 무대 위에는 맥베스에게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하는 숲 속의 세 마녀가 등장하지 않는다.

또 객석과 무대와의 경계도 여느 연극과 달라 객석이 곧 소리가 떠도는 숲이 되며, 인물이 나오고 들어가는 장소가 된다.

죽음으로 인해 한번 객석으로 사라진 인물들은 다시 무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 대신 덩컨왕은 맬컴 왕자로, 뱅코우 장군은 맥더프로 다시 등장한다.

'쇼' 라는 이름에 걸맞은 인물도 새롭게 만들어냈다. '무대감독' 이라고 설정된 이 인물은 마치 작품의 해설자와도 같고, 쇼의 사회자 같기도 하다.

객석과 무대 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유일한 인물인 동시에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때로는 코믹하게, 또 때로는 심각하게 마음껏 피력한다.

한편 극 중의 많은 사건들은 소품을 통해 상징적으로 처리된다. 살인장면을 직접 묘사하지 않는 대신 마이크와 옷을 권력 찬탈의 상징으로 삼았다. 권력을 잡은 자는 곧 마이크를 쥐고 있는 자이고, 그는 왕의 옷을 입고 있다.

또한 무전기.전화기.사이렌 등이 맥베스의 불안을 드러내며 낡은 아코디언과 진공청소기 등 특이한 소품들도 많이 등장한다.

올해 문예진흥원 신진예술가 지원사업 선정자이자 연출을 맡은 김동현씨는 "맥베스는 자신을 끊임없이 다자화(多者化), 타인화(他人化)하며 스스로 연민을 갖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원맨쇼의 주인공과 흡사하다고 보았다" 며 "또한 무대가 있고 배우가 있는 극장이라는 공간은 결국 쇼를 하기에도 적합한 공간이 아니냐" 고 말했다.

평일 오후 7시30분, 금.토 4시30분 추가, 일 3시, 6시. 월 쉼. 02-747-5161.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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