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여당 전면 쇄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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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위기상황에 대한 정부.여당의 인식은 안이함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같다.

청와대의 하급 청소원이 수억원의 뇌물을 받아 챙기는 데 대해 시민들의 눈총이 따갑건만 이들은 그저 한 간 큰 청소원이 저지른 해프닝일 뿐이라고 변명해 버린다.

정치인 관련 의혹이 나도는 사건들이 잇따라 단순 사기사건으로 처리되고 있는 데 대해 국민은 전혀 수긍하지 못하고 있건만 이들은 이 모두가 야당의 정치공세 탓이라고 전가하고 있다. 이래서야 어찌 정부.여당이 국정운영의 책임을 맡은 정치세력이라 할 수 있겠는가.

오늘의 위기는 정부.여당의 신뢰 상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정부.여당은 개혁을 주장했다. 그러나 개혁의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여당은 깨끗한 정치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집권 3년도 안돼 들리는 소리는 부패 의혹뿐이다. 정부.여당은 통합정치를 부르짖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편중인사 정책은 지역감정을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시켜 놓고 말았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여전히 개혁을 부르짖고 통합을 주창하며 그들의 깨끗함을 강변하고 있다. 그런 기만적인 주장이 정부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민심과의 거리로 나타나며, 신뢰의 추락은 국정혼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환란(換亂) 초기 국난을 극복하겠다는 일념에서 집안의 금붙이를 들고 나왔던 서민들의 기대가 무참하게 깨지고 있다는 소리를 정부.여당은 참으로 부끄럽게 들어야 할 것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내각은 있는둥 마는둥이다. 그저 공적자금 타령이나 하면서 국민의 돈을 주머닛돈 쓰듯 하고 눈치나 보며 감투나 유지하려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무총리는 모든 국정을 총괄, 대안을 내고 흙탕물에 뛰어들 자세를 가져야 하건만 그저 내일의 정치적 입지나 생각하면서 보신책만 강구하니 총리 부재(不在).내각 부재라는 여론의 소리가 높아지는 게 아닌가.

아직도 여당은 다수표에 연연해 민주-자민련 합작정부 유지에 급급하니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는 국정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게 아닌가.

얼마 전까지 이 정부의 장관을 지낸 사람이 가신(家臣)그룹과 소신없는 경제관료, 부패한 보수세력이 민심과 대통령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 소리를 정부.여당은 참담한 심정으로 경청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태가 더 위중해지면 대통령이 그런 비판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게 아니라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비난으로 바뀔 수도 있다.

야당이 주장하는 초당(超黨)내각이나 대통령의 당적(黨籍)이탈 요구가 모두 정치공세에 불과한 것이라면, 정부.여당이 스스로 최소한 위기사태에 작동이라도 하는 정부를 구성해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여당의 전면적 쇄신을 또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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