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거액자금 외국은행에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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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의 예금이 국내 은행들보다 훨씬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최근 국내 외국은행 수신 동향' 에 따르면 외국은행의 예금은 10월말 현재 4조3천1백1억원으로 지난해말보다 1조5천78억원(증가율 53.8%) 증가했다.

이는 외국은행의 지난해 전체 예금증가액(9천억원)을 훨씬 웃도는 것이며, 국내은행의 올 10월까지 예금 증가율(22.8%)을 두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전체 예금액 중 외국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말 0.9%에서 올 10월말엔 1.2%로 껑충 높아졌다.

◇ 단기.거액예금 위주로 증가=외국은행 예금 중엔 만기 6개월 미만의 단기예금이 1조7백80억원 늘어나 수신 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구불예금과 6개월 미만 저축성 예금 등 단기수신 비중(잔액기준)은 국내은행의 47.9%를 크게 웃도는 83.3%였다.

한은은 외국은행의 단기성 예금 비중이 높은 이유를 ▶외국은행들이 자금을 단기인 가계대출 및 유가증권 위주로 굴리기 때문에 예금도 단기를 선호하며▶단기예금의 수신금리가 장기예금보다 1%포인트 가까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외국은행의 정기예금 계좌당 평균잔액은 9천4백만원으로 국내은행 평균잔액(2천8백만원)의 3배를 웃돌았으며, 5억원을 넘는 거액계좌 비중도 50.9%로 국내은행(35.5%)보다 훨씬 높아 주로 돈 많은 개인이나 법인들이 외국은행의 주고객층인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은행 중엔 시티은행과 HSBC가 외국은행 전체 예금증가액 중 86.5%를 차지했다.

◇ 기업대출은 인색=외국은행은 예금이 몰려도 대기업 대출은 줄이고 비교적 안전한 가계대출과 국채.통안증권 투자에만 집중, 국내 경제에 기여도가 낮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들어 10월까지 외국은행의 가계대출은 9천7백67억원, 국채.통안증권 매입은 3조4천8백억원이 늘었지만 대기업 대출은 1천2백38억원이 오히려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은행도 단기 자금운용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개인 고액예금이 몰려들 가능성은 작지만, 고객비밀이 철저하게 보장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 금융소득종합과세 시행을 앞두고 거액차명예금이 집중될 수도 있다" 고 지적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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