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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굴’ 물 오른 맛, 물 건너 식으로 즐기는 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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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글=서정민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촬영협조=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

유럽에선 생굴에 식초를 뿌려 먹는다

생굴을 낼 때는 접시 밑에 잘게 부순 얼음조각을 깔면 좋다. 신선함도 유지되고 보기에도 싱싱해 보인다.

유럽인들도 전채 요리로 생굴을 즐겨 먹는다. 우리는 초고추장을 찍어 먹지만 서양인들은 와인 비네거(포도주로 만든 식초)를 가미한 소스를 만들어 뿌려 먹는다. 싱싱한 바다의 풍미를 새콤한 식초 맛이 더해주기 때문이다. 일반 가정에서 만든다면 사과 식초를 대신 사용하면 된다.

●클래식 소스 사과식초 1작은술에 채친 양파를 넣고 소금·후추로 간을 한다. 첫 맛은 평범하지만 상큼하고 개운하다.

●딸기 소스 딸기 몇 알은 믹서기에 갈고, 몇 알은 잘게 썬 후 레몬즙과 사과식초 각각 1작은술씩 넣는다. 채친 양파와 소금·후추로 간을 한다. 말 그대로 새콤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토마토 소스 토마토를 끓는 물에 데쳐 껍질을 벗긴다. 4등분해서 씨를 긁어낸 다음 잘게 다지고 레몬즙·사과식초를 각각 1작은술씩 넣고 섞는다. 채친 양파와 소금·후추로 간을 한다. 토마토는 씹히는 맛은 좋지만 약간 밍밍할 수 있다. 달콤함을 원한다면 꿀을 첨가해도 좋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 ‘파리스 그릴’ 조용석 셰프

시금치와 함께 익혀 먹는 프랑스식 굴요리

삶은 시금치와 감자, 그리고 말린 굴로 만든 굴 스프.

일본의 인기 작가이자 미식가인 무라카미 류는 “샤블리(프랑스산 화이트 와인)로 차가워진 목으로 생굴이 미끄러져 들어가는 감촉은 너무 섹시하다”고 표현했다. 그의 말처럼 프랑스인들은 화이트 와인과 더불어 생굴을 즐겨 먹는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굴을 먹는 방법은 수백 가지가 넘는다. 특히 익혀 먹을 때는 시금치·베이컨·치즈를 즐겨 사용한다.

●시금치를 곁들인 굴 요리 시금치를 데쳐서 물을 빼고 다진 다음 작은 애기양파인 샬럿과 함께 버터에 볶는다. 여기에 크림을 넣고 졸이면서 굴을 섞는다. 시금치의 파릇한 느낌이 하얀 굴의 속살과 어울려 군침 도는 그림을 만들어낸다.

●베이컨을 곁들인 굴 요리 베이컨을 잘게 잘라 팬에 볶다가 기름을 제거하고 샬럿과 파슬리, 굴을 함께 넣고 살짝 볶아 익힌 다음, 접시 대신 굴 껍데기에 담아낸다. 흔히 굴은 화이트 와인하고만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베이컨과 함께 요리하면 레드와인과 더 궁합이 맞다. 베이컨의 쫀쫀함과 굴의 부드러운 속살이 입안에서 섞여 씹히는 맛이 오묘하다.

에멘탈 치즈를 얹어 오븐에서 노릇하게 구워낸 굴 요리.

●에멘탈 치즈를 얹어 오븐에 구운 굴 요리 샬럿과 버섯을 팬에 볶으면서 크림을 조금 넣어 끓인 것을 굴 껍데기에 굴과 함께 올린다. 그 위에 치즈를 뿌려서 오븐에 굽는다. 찐득하게 녹아내린 에멘탈 치즈와 굴을 함께 씹으면 ‘땅의 우유’와 ‘바다의 우유’가 만들어낸 달콤한 즙이 입안에 가득 넘친다.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 박효남 상무

말려 먹고 튀겨 먹는 중국의 굴 요리

중국에선 예부터 집집마다 식당마다 고유의 방식대로 굴 소스를 만들어 먹었을 정도로 굴요리 레시피가 풍부하다. 특히 상해를 중심으로 한 광둥지역에서는 설날이면 말려두었던 굴을 살짝 쪄서 떡국을 끓이거나 전복 등과 함께 넣어 전골 요리를 해먹는 것을 좋아했다.

●발채호시 머리카락처럼 생긴 채소인 발채와 굴을 함께 먹는 요리다. 굴을 데친 후 죽순과 각종 채소, 고기를 굴 정도의 크기로 잘라 모두 함께 발채로 묶은 다음 그릇에 넣고 육수를 넣는다. 이를 중탕으로 찐 뒤 발채요리만 건져 접시에 올린다. 육수는 간장과 들기름을 섞어 소스를 만든 뒤 뿌린다. 발채는 중식재료 파는 곳에서 살 수 있다.

●소유황 아주 강한 불에 튀겨내는 베이징요리다. 튀겨냈을 때 색깔이 고운 황금빛을 띤 것이 유황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종을 조금 넣고 끓는 물에 굴을 살짝 데쳐 낸다. 굴에 밀가루를 넣고 버무린 다음 강한 불에서 바삭하게 튀겨낸다. 산초와 소금을 섞어 기름 없이 팬에 볶은 뒤 찍어먹으면 짭짤하면서도 매운 맛이 나서 뒷맛이 개운하다. 신라 호텔 ‘팔선’ 장금승 셰프

[TIP] 굴요리는 타이밍이다

생굴에 레몬즙을 뿌리는 것에도 타이밍이 있다. 먹기 직전에 먹을 굴에만 살짝 뿌려야 한다. 레몬즙을 미리 뿌려놓으면 굴의 탱탱함이 사라지고 굴 즙이 빠져버려 맛이 묽어진다. 굴소스도 바싹 달은 프라이팬에 넣고 볶으면 쓴맛이 생긴다. 다른 재료를 먼저 넣고 볶다가 반쯤 익었을 때 굴소스를 넣고 볶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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