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탄광 속 카나리아" 외국계, 잇단 비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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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증시가 종합주가지수 880선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지속하는 가운데 유력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 경제의 전망에 혹독한 비관론을 제시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경제분석가인 스티븐 로치는 지난 8일자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는 지금 취약한 아시아 경제와 균형을 잃어가는 세계 경제의 미래를 경고하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와 같다"고 진단했다.'탄광 속의 카나리아'란 광원들이 일산화탄소 등 유독성 가스에 매우 취약한 카나리아를 탄광에 갖고 들어가, 이 새가 죽으면 급히 대피했던 데서 나온 말이다.

스티븐 로치는 "한국의 수출 증가율 둔화, 내수 악화, 재고량 증가 등 모든 지표들이 끔찍한 수준"이라며 "이는 8월 초 이후 22%가량 오른 한국 증시엔 무례한 경고지만, 한국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은 1986~1995년에 급성장을 이뤘지만, 지금은 아시아적 성장 모델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며 "세계 경기의 하락 조짐은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고, 한국을 선두로 아시아 국가들이 이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크레디트스위스 퍼스트보스턴(CSFB)증권도 최근 한국 주가가 20% 이상 오른 것은 "거짓 반등"이라고 평가했다.

이 증권사의 마니시 니감 연구원은 "내년 세계 경제가 침체할 것으로 예상돼 최근 한국 증시의 오름세는 정당화하기 어렵다"며 "내년까지 내수가 회복되기 힘들 것이며, 당분간 국내총생산(GDP)도 실망적인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알려진 것과 달리 한국의 주가는 더 이상 싸지 않다"며 "한국 증시의 비중 축소 의견을 계속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강세론자들은 이 같은 외국계증권사의 비관론을 일축하고 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수 회복이 멀지 않았고, 수출 역시 증가 속도가 꺾이긴 했지만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외국계 증권사들이 지나치게 기존의 경기순환적 관점에서만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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