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중3, 1년 학습계획 세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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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교과부가 고교체제 개편안 세부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입학사정관제를 기반으로 한 자기주도학습전형이 도입됐다. 이미 예고됐지만 사교육배제와 각종 인증점수 반영 금지안이 구체적으로 발표되면서 학생·학부모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외국어고와 자립형사립고 진학을 목표로 세운 2명의 학생을 만나 새로운 전형방식에 대비한 1년 학업계획을 세워봤다.

내신 상위 4% 들어야 외고 진학 가능

“외고를 가고 싶은데 막상 1차 전형도 통과하지 못할 것 같아 불안해요. 한국어보다 영어가 익숙할 정도지만, 내신 성적이 좋지 않거든요. 문법에 치우친 영어 내신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따기가 쉽지 않아요.”

임군은 지난해 2월 귀국하자마자 영어 문법공부에 매달렸다. 영어에 누구보다 자신 있었지만 입학 전 미리 치러본 학교 시험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 평소 공부해두지 않았던 문법 영역 때문이었다. 2학년 1·2학기 영어성적 평균이 전체 학생의 상위 5%로 2등급에 그쳤다.

토피아교육전략연구소 이은주 소장은 임군에 대해 “올해 학교 영어 시험은 단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하라”고 충고했다. 중3 내신마저 성적이 밀린다면 외고 전형에서 아예 1단계 전형통과도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1단계 통과자를 정원의 2~3배수로 뽑는다 해도 서울지역 외고는 영어 내신 상위 4%정도가 커트라인이 될 것”이라며 “다시 처음부터 문법공부를 시작해 완벽하게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군은 중2에 편입했기 때문에 비교과 경력도 전혀 없다. 게다가 봉사활동 시간도 권장 기준을 넘기지 못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자기주도전형에서 중요 요소로 떠오른 독서활동기록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이 소장은 우선 “새 학기 시작 전 한달 동안 지금까지 공부해온 문법교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꼼꼼하게 훑어보라”고 조언했다. 임군이 현재 공부하는 교재는 This is grammar 중급 1·2권이다. 이 책을 1개월 내에 다시 마무리 하려면 하루 공부의 대부분을 영어에 투자해야 한다.

개학 후에는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독서활동을 기록하기로 했다. 꿈과 연관되거나 관심있는 분야를 찾아 책을 읽고, 책을 고른 이유·내용·다 읽고 난 후 느낌, 감동받은 문구 등을 A4 용지 한 장에 정리한다.

일단 시험이 들어있는 달은 제외하고 3·5월에 2권씩, 방학인 7·8월엔 4권씩, 다시 9·11월에 2권씩 총 16권 독서를 목표로 세웠다. 이 중 특히 감명 깊게 읽은 책 2권 정도는 11월쯤 다시 읽고 내용을 정리할 계획이다. 가족과 함께 주기적으로 복지시설을 방문하는 봉사활동과 꿈과 관련된 체험활동도 계획했다.

대입 위해서 주요과목 확실히 공부를

류양은 최근 서울지역 외고 또는 상산고를 목표로 세웠다. 일단 내신 성적이 좋기 때문에 합격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는 일. 류양은 “지금까진 그저 열심히 한다는 생각으로 공부했지만 이제 목표가 생겼으니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공부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양은 수학과 국어, 사회과목이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영어와 과학은 내신 1등을 유지했는데 수학은 2학년 평균 10등, 국어 11등, 사회는 24등으로 처졌다. 그래서 내심 외고에 마음이 더 간다.

대성N스쿨 특목센터 김박현 실장은 “외고든 자사고든 합격가능성이 있지만 그것이 최종목표는 아니다”며 “대학입시를 위해선 주요과목을 더욱 확실히 공부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실장은 류양의 국어와 사회과목 점수가 낮은 이유에 대해 문장해독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영어성적에도 영향을 미칠 불안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어능력인증시험(ToKL)을 준비하라고 제안했다. 말하기·듣기·읽기·쓰기 네 영역 모두 심층적으로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국가공인시험이라 좋은 성적을 받을 경우 고입 학습계획서에 반영할 생각이다. 최종 목표는 4급이다. 독해능력을 위해 독서도 권장했다. 최소 월 1권 정도 추천도서를 꾸준히 읽고 감상문을 반드시 쓸 계획이다. 사회과목은 틈나는 대로 소설을 읽듯 교과서를 읽기로 했다. 시험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내용을 읽고 시험에 임박해서는 요점만 간단히 정리하는 것으로 공부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김 실장은 “영어 독해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해당 지문 내용을 MP3로 들어보라”고 권했다. 듣기·어휘·독해를 따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형태로 공부해야 성적이 더욱 안정된다는 것이다. 현재 류양이 공부하는 『텝스500』

교재도 보통 외고 준비생들이 공부하는 수준보다 다소 낮다고 지적했다.

류양은 현재 수학 ‘10-가’과정을 선행학습하고 있다. 김 실장은 류양에게 “너무 빠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학 공부의 가장 적절한 학습 수준은 1학기 선행학습과 현재 진도에 맞춘 심화학습”이라고 강조했다. 진도가 너무 빠르면 내신 준비할 때 정작 공부할 부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2월 내에 장애인 재활시설 봉사활동도 계획했다. 동시에 독서감상문 기록도 시작할 예정이다. 3월에는 임원경력을 위한 학급회장 선거에 출마하고, 1학기 내에 목표한 국어능력인증시험·한국사인증시험 등급을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

< 사진=김진원 기자 jwbest7@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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