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수술받은 노인환자 5000여명에게 물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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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면 레저활동이 늘어나고, 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하는 등 삶의 질이 개선된다는 사실이 설문조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중앙포토]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지 2년이 넘었다는 김정순(가명·64) 할머니. 퇴행성 관절염을 10여 년간 앓았지만 수술은 꿈도 꾸지 않았다. 수술 후 제대로 걸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더 컸기 때문. 하지만 파스나 찜질로 통증을 다스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집안에만 갇혀 있던 할머니가 우울증에 시달리자 자식들이 결국 수술을 권유하기에 이르렀다. 3개월 후 할머니는 새로운 인생을 맞고 있다. 걸을 수 있게 되자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하고, 지인을 찾아다니는 등 활기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통증·재활 두려워 수술 꺼리기도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은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마지막 치료수단이다. 손상된 무릎 연골과 뼈를 대신해 인체에 해가 없는 금속이나 세라믹 소재의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이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손상된 범위가 넓을 경우 전체를 새로운 것으로 바꿔주는 전체 치환술, 그리고 손상된 부위만 인공관절로 바꾸는 부분 치환술로 나눈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우리나라에서만 연 7만 건(매년 10~20% 성장)의 무릎 인공 관절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수술이 보편화하고 있는데도 수술 통증에 대한 두려움과 수술 후 재활에 대한 걱정 때문에 수술을 망설이는 사람이 많다는 것. 최근 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은 이런 우려를 씻기 위해 대규모의 환자 추적조사를 시도했다.

환자 94.1% “수술 결과에 만족”

연세사랑병원은 2004년 6월부터 2009년 6월까지 5년 동안 무릎 인공관절 수술 환자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수술 후 삶의 질 변화’를 전화로 설문조사했다. 3주간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전체 환자의 94.1%가 만족(만족 81%, 대체로 만족 13%)한다고 응답했다. 외국의 80~90% 만족도보다 약간 높은 수치로 의료선진국의 수술성적에 못지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환자의 만족도를 충족시켜 주는 가장 중요한 항목은 통증 개선. 이번 설문에서 환자의 71.4%가 수술 전 통증으로 고생했지만 수술 후엔 이중 95.9%(통증 없다 82%, 약간 있지만 일상생활 가능 14%)에서 통증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곤 병원장은 “인공관절의 재질, 수술기법의 발달로 무릎 인공관절의 수명 연장은 물론 통증의 경감, 활동범위의 증가 등 과거에 비해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97% “계단 오르내리기 힘들지 않아”

그렇다면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뒤 과거 건강한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먼저 걷기에 대한 조사에서 30분 이상 걸을 수 있다는 환자가 수술 전 16%에 불과했지만 수술 후엔 75%로 늘어났다. 나머지는 30분 미만이긴 하지만 걸을 수 있다고 응답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 역시 수월해졌다. 수술 전엔 환자의 25%가 계단을 아예 이용하지 못하고, 나머지도 가까스로 이용했지만 수술 후에는 97%가 어려움 없이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었다고 응답했다.

스포츠 활동도 늘어났다. 수술 전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자는 22%였다. 하지만 수술 후에는 이 수치가 56%로 증가했다. 또 수술 후 등산을 할 수 있는 환자도 29%나 됐다. 고 원장은 “무릎이 건강하면 활동 반경이 늘고, 덩달아 심신 건강도 좋아져 가족과 개인의 전반적인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된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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