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폐쇄성폐질환 연간 6000명 사망 … 담뱃갑에 위험 문구 넣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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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10초에 1명씩 사망하는 질환은 무엇일까.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다. 2007년 기준 세계 사망원인 4위, 우리나라 사망원인 7위에 랭크돼 있다. 국내에서는 연간 약 6000명이 이 질환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COPD 원인의 80~90%가 흡연이다. 나머지는 간접흡연·공해 등 환경적 요인. 담배를 하루 1갑 이상 20년 이상 태운 40세 이상이면 COPD 고위험군에 속한다. 남성 환자 비율이 75%를 차지한다.

COPD는 흡연 등으로 해로운 입자나 가스가 폐로 흡입되면 산소교환장치인 폐포가 손상돼 회복하지 않는 병이다. 폐포가 망가지면 산소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도에 염증까지 겹쳐 호흡이 곤란해지며 결국 사망에 이른다.

COPD는 사망률이 높은 질환임에도 국민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질환이다. 사정이 이러자 폐질환 전문의들이 COPD 인식 제고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이하 학회)의 COPD연구회 정기석(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사진) 총무이사는 “서서히 진행하는 COPD는 수천만원의 치료비가 발생해 본인과 가족은 물론 국가도 부담이 커지는 질병”이라며 “금연 등 예방과 조기진단이 필요하지만 국민 인식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이사는 국내 COPD 연구의 선구자로 불린다. 2002년 보건복지가족부와 함께 진행한 국내 첫 전국 COPD 실태조사를 진두지휘했다.

COPD에 대한 국민 인식은 학회가 지난 28일 간담회를 열고 발표한 ‘COPD 국민인식조사’에 잘 나타난다. 담배를 하루 1갑 이상 10년 이상 피운 45세 이상 남녀 791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1.6%만이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호흡곤란·기침·가래 등 COPD 증상 보유자의 47%는 치료를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회는 간담회에서 ‘COPD 인식제고 선포문’을 발표했다. 정 이사는 “COPD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칠 계획”이라며 “담뱃갑 포장에 COPD 위험성을 알리는 사진 삽입을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COPD 환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COPD 4기 환자는 스스로 호흡이 힘들어 산소통에 의지해야 한다”며 “문제는 외출 시 필요한 작은 휴대용 산소통 가격이 300만원의 고가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COPD를 예방하려면 아무리 늦어도 45세 전에는 담배를 끊어야 합니다. 이후에는 별 의미가 없어요. 그동안 피운 담배의 유해물질이 축적돼 30년간 지속하기 때문이죠.”

금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그도 19세 때부터 피우던 담배와 45세 되던 7년 전에 결별했다. COPD는 병원에서 5000~1만원이 드는 폐활량 검사를 통해 간단히 진단받을 수 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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