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란과 도란도란]2010년 중국, 괜찮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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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호 26면

요즘 모든 길은 중국으로 통한다. 전 세계가 중국을 쳐다본다. 중국 정부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올리고 부동산 대출을 규제하는 등 돈줄을 죄자 세계 증시가 요동쳤다. 이를 두고 중국인들 사이에선 서방의 음모론이 거론되기도 한다. 중국을 띄우는 건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떠맡겨 중국을 죽이려는 음모라는 것이다.

음모론이 나오는 것 자체가 중국의 파워를 방증한다. 한국의 김 과장·이 부장에게도 중국은 관심 사항이다. 펀드로 중국 주식시장에 들어간 돈이 20조원을 웃돈다. 중국의 경기는 국내 기업들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 증시의 등락에 따라 국내 증시도 흔들린다. 중국 경제에 대해 안테나를 바짝 세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올해 중국 경제는 어떨까. 대체로 밝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 이상은 늘어날 것으로 본다. 골드먼삭스는 성장률이 11.9%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의 축은 소비다. 선진국 경기에 따라 흔들리는 수출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내수부양 정책은 위기 때 중국 경제를 지탱했다. 중국은 이제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세계의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자동차 시장이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판매 시장이 됐다.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차는 1364만 대.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1043만 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중국에서 자동차가 이렇게 많이 팔린 것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1600cc 이하의 소형 승용차에 대해 소비세를 기존 10%에서 5%로 낮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중국인들이 먹고살 만해졌다는 이유가 더 크다. 창장(長江) 삼각주(장쑤성·저장성·상하이)의 지난해 명목 GDP는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11위 규모다. 선전·상하이·광저우에 이어 지난해 베이징의 1인당 GDP도 1만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부터 승용차 소비세가 5%에서 7.5%로 높아졌지만 중국인들의 자동차 구매 열기를 꺾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왕궈웨이(王國衛) 화안기금(華安基金)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자동차를 사려면 몇 달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투신운용 서정두 글로벌운용본부장은 “지난해에는 원자재 값이 오르면서 자원 부국인 러시아·브라질이 강세였다면 올해는 소비 중심의 중국·인도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으로 봤을 땐 괜찮지만 최근 중국 시장 상황은 우려스럽다. 왕 CIO는 이에 대해 “전 세계에서 중국 정부만큼 경제 정책을 잘 펴는 곳이 없다”고 자신했다. 다만 그는 “지금은 긴축 우려 때문인지 중국 로컬 펀드의 경우 현금 비중이 크기는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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