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글로벌 금융안전망 보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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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으려면 금융 감독 강화와 글로벌 금융안전망(GFSN:Global Financial Safety Net) 재구축이 두 개의 기둥이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들은 금융 감독 강화 쪽에만 치중하는 분위기다. 이미 핵 우산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글로벌 금융안전망 손질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신흥국가들과 개발도상국가들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을 서울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로 추가하겠다”고 밝힌 것은 시의적절한 제안이다.

기존의 국제 금융안전망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조기 경보시스템은 먹통이었고, 위기가 발생하자 구원투수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각 나라들은 저마다 각자도생(各自圖生) 하기에 바빴다. 그 후유증으로 인해 지금 전 세계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제각기 수출에 열을 올리며 앞다투어 외환보유액을 쌓고 있다. 과도한 외환보유액을 관리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흐름이 보호무역주의를 자극하고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키운다는 점이다. 잘해 봐야 제로섬 게임이고 서로에게 상처를 입힐 뿐이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국제 금융질서 유지에도 중요한 장치다. 금융이 세계화된 만큼 글로벌 금융안전망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이번 위기도 미국에서 촉발됐지만 허술한 금융안전망을 타고 신흥국가들과 개발도상국들이 집중적인 피해를 보았다. 국가 부도에 빠진 나라들이 적지 않았으며, 지금도 그리스가 다급하게 유럽연합(EU)과 중국에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다. 금융의 세계화로 국제자본 흐름의 변동성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다. 세계 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도 허약한 안전망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손질하는 방법은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첫 단추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기구의 개편에서 시작돼야 한다. 아시아 지역의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기금’처럼 지역별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이중의 보호막을 치는 것도 방법이다. 쌍무적 금융협력인 통화 스와프도 확산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각 나라들이 안도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새롭고 튼튼한 안전망을 쌓아 올려야 할 것이다. 그래야 글로벌 불균형 해소에도 눈을 돌릴 수 있고, 나라별로 들쭉날쭉한 출구전략의 국제공조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과도한 보호망은 도덕적 해이(解弛)를 부른다. 포퓰리스트들이 지배하는 일부 국가들은 국제적 보호망만 믿고 탈선을 일삼을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예방하려면 사전 경보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국제 기준을 위반한 나라를 압박할 수 있는 장치도 사전에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말보다 행동이 절실하다. 세계 경제 곳곳에 언제 터질지 모를 뇌관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루저가 되지 않으려면 글로벌 금융안전망 보완은 가장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