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유혈충돌 멈출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중동평화의 제단에 뿌려진 이츠하크 라빈의 피가 꺼져가던 평화의 불씨를 살렸다.

오는 4일의 라빈 전 총리 서거 5주기를 앞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2일(현지시간) 폭력 종식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합의는 양측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는 온건파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사이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두 사람은 숨진 라빈 총리와 함께 '땅과 평화의 교환' 원칙을 세운 오슬로 협정의 세 주역. 1993년 9월 13일 미 워싱턴에서 정식 체결된 오슬로 협정은 중동 평화협상의 시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사람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영토를 인도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이 협정을 이끌어 낸 공로로 이듬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하는 영광도 누렸다.

그러나 라빈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에후드 바라크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은 현재 앙숙이다. 지난해 5월 온건파인 바라크가 총리직에 도전했을 때만 해도 아라파트 수반은 그 해 5월 4일로 예정했던 팔레스타인 독립선언을 연기하면서까지 그를 지원했다.

하지만 바라크가 동예루살렘 최종 지위에 대해선 절대 양보하지 않으면서 협상이 번번이 무산됐다. 게다가 바라크가 중동 평화협상 중단을 선언한 이래 양측간 충돌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바라크는 지역협력장관인 페레스 전 총리를 특사자격으로 아라파트에게 보냈고, 개인적으로 뜻이 통하는 두사람이 이집트 6자회담 휴전안의 성실한 이행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중재한 휴전합의에도 불구하고 분쟁이 계속돼 온 중동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합의안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조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