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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생각은…

7000만 한글 경제권 만들어 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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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중국의 고구려 역사, 일본의 식민통치 역사, 국내의 과거사 정리 등 나라 안팎으로 역사 재조명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일본의 역사에 대한 마찰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변화와 한반도 통일 등 미래에 대한 시각 차이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

각국의 정부가 주변국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역사를 고쳐쓰는 것은 그들의 미래를 위한 당연한 국력 행사이고, 그 국력은 경제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인접국들이 우리의 역사를 그들의 입장에서 고쳐쓰는 것을 탓하기 전에 우리 국력과 경제력이 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국력은 산업경쟁력으로 그 시장이 북미에서 13억 인구의 중국으로 옮겨 가면서 국력이 크게 신장된 중국은 중화사상으로 역사를 고쳐쓰고 있는데, 우리는 코리안 드림으로 국내에 들어온 조선족만 보고 중국의 과거와 현재(만리장성과 상하이 푸둥 신도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만에 빠져 있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몽골의 영향을 받아 왔고, 조선 말기 식민통치를 하던 일본의 패전으로 미국과 소련이 남과 북으로 나누어 정부를 수립토록 한 것이 우리 국력을 나타내는 과거사이고, 정부 수립 이후 한국전쟁과 산업화, 민주화의 과정은 한반도의 남쪽에서 진행 중인 현재사의 일부분이다.

분단된 국가로 불행한 과거사 속에서 흩어진 7000만 동포를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민족 지도자가 없어 통일에 대한 민족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북핵 문제로 6자회담에서 주변국 눈치를 보면서 나라 안이 여와 야, 좌와 우, 친미와 반미, 보수와 혁신으로 나뉘어 논쟁하는 것이 오늘의 우리 국력이다.

세계는 유럽연합(EU).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 지역무역 협력(RTA)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시장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그래서 지구 반대쪽에 있는 칠레와의 FTA도 중요하지만 4000만 기초 내수시장의 확대를 위해 한반도의 남북시장을 통합하고, 흩어진 7000만 동포를 해외시장의 전초기지로 육성해야 한다.

동북아에서 일본 제국주의와 중국 중화사상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의 강점은 우리말과 한글을 공부하며 한글 간판을 달고 생활하는 동포들이 동북아 각처에 살고 있고, 이들 동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세계 수준의 한글 인터넷이라는 정보통신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과거사 정리도 주변국들로 인해 불행했던 과거 역사의 원인을 찾아 반성하고, 국가의 미래에 대한 걸림돌이 되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청산하며, 민족의 미래를 설계해 나라 안팎에 알리고 주변국의 협조를 구하는 민족공동체의 새로운 이념으로 국력을 모으는 것이어야 한다.

한자로 된 과거 기록의 연구도 중요하지만 한글을 사용하는 남과 북, 일본의 재일동포, 중국의 조선족, 중앙아시아의 고려족, 세계 각처에 흩어져 있는 동포를 한글 경제권이라는 새로운 이념과 지도자를 만들어 민족 총화를 이루어야지, 역사 속의 인물들을 지금의 척도로 재심판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한글 경제권은 국력 신장을 위한 우리 민족의 비전이며, 남과 북의 시장을 통합하는 경제협력을 활성화해 한반도 통일의 초석을 놓고, 나아가 암울했던 역사로 흩어진 7000만 동포가 민족의 긍지를 되찾는 새로운 이념으로 우리를 위해 모두 힘을 합쳐 풀어가야 할 역사적 과제다.

김광남 건설사업경영연구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