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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저작권 올림픽'에 관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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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환경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21세기 지구촌은 디지털시대의 저작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큰 변화를 겪어왔고, 우리나라 역시 저작권 문제가 국민의 주요 관심사로 대두되는 대 전환기에 이르게 됐다. 이제 저작권 문제는 사회현상의 중요한 부분으로 세간의 관심사가 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이해관계 집단의 주장이 날로 첨예하게 대립돼 저작권의 가치가 문화산업에서 최우선적으로 논의돼야 할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저작권 보호는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인 문화산업의 주춧돌이며,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먼저 구축해야 할 인프라이므로 세계 각국에서는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국제적인 흐름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는 다변화하는 디지털 시대 세계 저작권계의 주요 이슈를 국내에 소개하고 대(對)국민 저작권 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저작권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 세계 총회를 한국에 유치하려고 수년 전부터 노력해 왔다.

그 결과 2002년 9월 런던에서 개최된 제43차 CISAC 세계 총회에서 2004년 제44차 CISAC 세계 총회의 서울 유치에 성공했고,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각국의 209개 저작권 관리 단체 대표단과 관련 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창작자와 창작자 권리 옹호활동'이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과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CISAC는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으로 108개국 209개 단체가 소속된 비정부 간 국제기구로서 200만명 이상의 창작자를 대표해 전 세계 저작자의 권리보호와 지위향상에 힘쓰고 있을 뿐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물을 폭넓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선진국형 총회로 인식돼 주로 유럽지역 단체들의 행사로 진행돼 왔던 CISAC 세계 총회는 '저작권 올림픽'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 저작권계 최대 규모의 행사다. 이번 2004 CISAC 세계 총회의 서울 개최는 저작권 낙후지역으로 평가받았던 아시아 지역의 재평가는 물론,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떠오르는 한국의 국가이미지 제고에도 극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CISAC 세계 총회에서는 총회를 개최할 때마다 문화.예술 발전에 현저하게 공헌한 사람들에게 골드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그동안 골드메달은 모두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구미 각국이 휩쓸어 아시아권에서는 골드메달 수상자가 한명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2004 CISAC 서울 총회를 계기로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김동진 작곡가, 반야월 작사가, 임권택 영화감독, 김지하 시인이 골드메달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문화의 질적 수준이 국제저작권 전문가들 차원에서도 세계 최고수준임을 인정케 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저작권의 힘은 지식문화의 힘이고 소프트의 힘은 21세기 국력의 척도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독일.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저작권 총회 준비에 나름대로의 열과 성을 다하고 그 나라 문화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힘써왔다. CISAC 총회를 개최할 때 총회 개최 국가의 대통령이 CISAC 대표단을 초청해 환영만찬을 베푸는 것은 기본이고 자국의 문화국력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 세일즈 장으로 활용한다. 칠레의 경우에는 대통령이 직접 CISAC 본부에 총회 유치신청을 해 총회를 개최하는 등 국가적으로 그 나라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행사로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서인지 관심이 적다. 한국은 IT 강국으로서 문화 콘텐트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번 총회가 민간단체에서 주관하는 것이라 하여 정부가 별다른 관심과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이 이번 서울 CISAC 세계 총회를 계기로 '문화 후진국' '불법 복제 천국'이란 오명을 벗어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최근 산업적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음악 저작권 관리의 선진화를 이룩한다면 이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큰 성과가 될 것이다.

우리는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국가 이미지 제고에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한국이 덩치만 크고 머리는 텅 빈 불균형의 국가가 아닌 진정한 문화강국임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CISAC 세계 총회와 같은 세계적 문화행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유영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