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다이크 전 BBC 사장 내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올 초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보도를 둘러싸고 영국 정부와 갈등을 빚다 사임한 그레그 다이크(56.사진) 전 BBC 사장이 지난 9일 내한했다. 이긍희 MBC 사장의 초청으로 한국에 온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영방송의 엄정한 자세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언제나 정당 간 대립은 있게 마련이다. 공영방송은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나.

"정치적 상황이나 목표에 관계없이 공정하게 보도하는 것이다. 정당들은 늘 자기 편이길 원하지만 정부나 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건 공영방송의 길이 아니다."

-정부.언론이 갈등을 빚을 때 국익은 어떤 것인가.

"공영방송은 모두를 대변해야 한다. 이라크전에 대해 모두가 찬성하는 건 아니다. 일방적으로 정부 의견만을 기사화할 수는 없다. 다양한 의견을 보도하는 게 공영방송의 역할이다. 신문은 정치적 입장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돼 있지만, BBC는 항상 중립이다. 민주사회에서 공영방송은 최대한 중립적 입장을 지켜야 하고 정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상업성과 공영성의 문제는.

"일부만을 위한 방송은 안 된다. 공영방송은 모든 사람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시청률에 관계없이 문화와 사회를 폭넓게 반영해야 한다."

-자서전에서 블레어 총리를 비난했는데.

"이라크전 개전 당시 정부가 문제제기를 했다. 노동당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BBC는 어느 정부에서나 압박을 받았다. 대처 전 총리는 BBC가 애국심과 동떨어진 보도를 한다고까지 했다."

-정치적 중립성은 어떻게 지켜야 하나.

"두 정당에 대한 보도 시간을 반반으로 나누는 건 비생산적이다. TV 토론에서는 양당에 충분한 반론의 기회를 준다. 균형 보도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BBC가 정부나 정당의 이의제기를 받았을 때 최대한 객관적으로 그 문제를 검토해 답을 주는 것이다."

-사임 이후 BBC의 정치적 중립성이 약해진 것은 아닌가.

"BBC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 지지도가 떨어졌다."

[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