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법규 너무 많아 헷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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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환경 규제 법령이 10년새 15배로 늘어났는데, 정작 이를 지켜야 할 기업 실무자들은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1백70개 기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환경 관련 법규가 많다' 는 응답이 86%였다.

환경관련 법규가 몇개나 될 것 같느냐는 물음에 50개 미만이라는 응답이 절반 이상(55%)일 정도로 기업의 환경 실무자들이 환경 법규에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활동에 직.간접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환경법규 수가 20개 미만' 이라는 응답이 68%였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환경 법규의 수는 환경부 소관 89개를 포함 법.시행령.규칙이 1백여개에 이른다.

환경부 관할 법령만 1990년 6개에서 10년새 15배로 늘었다.

기업들은 정부 부처마다 제각각 환경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중복 규제가 많아 같은 일을 놓고 여러 법규를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폐기물을 수출할 때 폐기물 국가간 이동에 관한 법률만 따르면 좋겠는데 폐기물관리법 적용까지 받아 국내 수집.보관.운반 등 여러 단계에서 두가지 법을 신경써야 한다" 고 말했다.

기업들은 폐기물을 비롯 대기.수질 등 환경을 보전할 대상별로 규제가 만들어진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 기업들은 대기환경보전법(28%)이 가장 신경 쓰인다고 답했고, 그 다음으로 폐기물관리법.수질환경보전법.소음진동규제법.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을 꼽았다.

조사 대상 기업의 73%는 비슷한 법령을 통합하거나 불필요한 규제를 폐지해 환경 관련 법령을 정비해 달라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전무 산업환경팀장은 "여러 부처에 흩어진 환경 관련 규제를 일원화하는 게 급선무지만 장기적으로 단속보다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기업.정부간 자발적 협약제도를 도입해 환경 문제를 푸는 게 순리" 라고 말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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