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채찍질 수행’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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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005년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사진)가 평소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체험하기 위해 자신을 매질했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또 자신의 건강이 회복 불가능한 경우 교황직에서 물러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성인(聖人) 추대를 담당한 교황청의 슬라보미르 오데르 몬시뇰(고위 성직자)은 최근 출간한 『왜 성인인가』란 책에서 이를 소개했다. 책엔 요한 바오로 2세와 관련한 100여 건의 증언과 미공개 문서들이 담겼다.

책에 따르면 교황은 신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옷장에 있던 가죽벨트로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오데르는 “많은 가톨릭 성인들이 영적 수련을 위해 이런 고행을 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주교 시절엔 금욕 수행을 위해 맨 마룻바닥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교황은 건강이 악화돼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스스로 사임하겠다는 비밀문서도 남겼다. 문서가 있다는 주장은 많았으나 실물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 선출 후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 10년 넘게 파킨슨병을 앓았다. 1981년엔 터키인 괴한의 총에 맞았지만 극적으로 회복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교황은 문서에 서명한 후 선종할 때까지 교황직을 유지했다. 가톨릭에서 교황이 자진 사임한 경우는 1294년 교황 첼레스티노 5세 이후엔 없는 상태다.

한편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해 12월 가경자(可敬者)로 추대됐다. 이로써 교황은 기적 부문의 공인을 거치면 성인 추대 전 마지막 단계인 복자(福者)에 오를 수 있다. 가톨릭에선 생전에 덕행이 뛰어난 인물을 복자로 추대한 뒤 심사를 거쳐 성인으로 선포한다. 가경자는 복자 후보에 붙이는 존칭이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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