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Knowledge <128> 푸얼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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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김경빈 기자

펑황차창의 우량산 차밭에서 이족 전통 복장을 한 소녀가 찻잎을 따고 있다. 뒤쪽으로 우량산의 오래된 차나무들이 있는 원시림이 보인다.


중국의 서남부에 위치한 윈난성 성도 쿤밍(昆明)에서 차를 타고 4시간 만에 도착한 다리시 난젠. 소수민족인 이족(彛族)의 자치구다. 이곳 ‘펑황차창’에 들어서니 공산당 지부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2007년부터 한 현에 한 공장을 지정해 당에서 지부를 만들고 감독관이 상주하며 직접 제조공정과 품질을 관리한다. 될성부른 공장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셈이다.

윈난성 펑황차창, 중국 건국 60주년 기념용 납품

흰 가운에 모자를 쓰고 신발을 비닐 커버로 감싼 뒤에야 공장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세 대의 기계에서 종업원들이 쉴 새 없이 푸얼차를 압축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또 다른 건물로 들어서니 공장 안의 더운 공기로 안경이 금세 뿌옇게 흐려졌다. 공장 가득 푸얼차가 널려 있었다. 온도와 습도를 맞춰 차를 발효시키고 있는 중이라 했다. 공장을 둘러보고 나서 차밭이 있는 우량산(無量山)으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며 바라본 우량산은 사람 손길이 미치지 않은 원시림이었다. 저 원시림 속에 수많은 고차수(古茶樹·수령이 오래된 차나무)들이 있단다. 한 시간 남짓 달린 끝에 차밭에 도착했다. 우량산 자락에 끝도 없이 펼쳐진 초록빛 차나무 사이로 울긋불긋한 전통 복장을 한 이족 소녀들이 찻잎을 따는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였다.

펑황차창의 리스짱 사장도 이족이다. 4대째 푸얼차를 재배해 온 집안 출신이다. 제대로 된 푸얼차를 만들기 위해 독학으로 2004년에 국가 공인 푸얼차 명인이 됐다. 리 사장에게 푸얼차에 대해 물어봤다.

고지대 최상품, 명인이 만들고 공산당이 품질관리

중국 윈난성 다리시 펑징현에 있는 3200년 된 푸얼차 나무. 중국 정부가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2년 된 푸얼차 나무의 굵기가 1㎝ 정도인데 이 나무는 성인 다섯 명이 두 팔을 뻗어야 닿을 정도다.

Q 먼저 윈난성의 유명한 푸얼 차창들을 제치고 올림픽 공식 푸얼차가 된데 이어 건국 60주년 기념 공차(貢茶)를 납품하게 된 비결이 뭔가.

A “윈난성에 많은 차밭이 있지만 우량산만큼 좋은 조건을 가진 차밭은 없다. 다른 곳의 해발고도가 1000~1500m 정도인데 비해 우량산 차밭은 1700~2300m 사이의 고산 지역이어서 일조량은 같은데 기온 차가 크다. 수확 기간도 다른 차밭은 3~4일에 한번씩 수확하는데 우량산 차밭은 7~10일에 한 번씩밖에 못한다. 같은 일조량인데도 성장 기간이 길기 때문에 그만큼 영양이 많은 찻잎을 수확할 수 있다. 전통 방법에 의한 주먹구구식 제조 과정을 버리고 생산 과정에서부터 정확한 기준을 만들어 항상 같은 품질의 제품을 만든 것도 공차로 선발되는 데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재료, 과학적인 제조공정, 당 지부의 품질관리가 3대 비결인 셈이다.”

홍차보다 누룩 100배 많은 발효차의 으뜸

Q 푸얼차는 어떤 차인가.

호박 모양의 타차. 예부터 공차로 황실에 보내졌다.

A “차를 분류할 때 녹차·황차·홍차·청차·백차·흑차로 나누는데 푸얼차는 흑차로 분류된다. 흑차는 후발효 방법으로 만드는 차로, 우렸을 때 검붉은 색이 된다. 푸얼차는 윈난성에서 나는 대엽종 찻잎을 재료로, 햇빛에 말리는 과정을 거친 차만을 푸얼차라고 한다. 발효시킨 차이기 때문에 몸에 좋은 미생물이 많다. 최근 한국발효과학연구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푸얼차에는 홍차에 비해 누룩곰팡이는 100배, 청국장에 많은 바실루스균은 최대 1000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Q 언제부터 마시기 시작했나.

A “기록에 남아 있는 것은 당나라 때부터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마셔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에 3200년 된 차나무가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전설도 있다. 제갈량이 남쪽 오랑캐들을 정벌하러 갔을 때 오랑캐 장수인 맹획이 강물에 독을 풀어놓아 병사들이 중독됐다. 이때 제갈량이 들고 있던 지팡이를 땅에 꽂자 푸얼차 나무가 됐다. 이 나뭇잎을 우려내 병사들을 해독시켰다는 내용이다.”

물 적셔 속성 발효시킨 숙차, 부드럽고 진한 향

Q 푸얼차에는 어떤 종류가 있나.

A “푸얼차는 숙차와 생차로 나눠진다. 푸얼차를 만들 때 찻잎을 쌓아 놓고 물을 뿌려 함수량이 60% 정도 되게 적셔 온도를 25도, 습도를 85% 전후로 조절해 속성으로 발효를 시킨다. 이렇게 40~45일 정도 지나면 찻잎이 밤색이나 검은 색으로 변한다. 이를 물을 적셔 쌓아둔다는 뜻으로 ‘악퇴(渥堆)’라고 한다. 이 악퇴 과정을 거친 차가 숙차다. 생차는 악퇴 과정 없이 바로 출하되는 차다. 따라서 맛이 떫고 시고 쓴맛이 난다. 그래서 생차는 장기간 발효시킨 뒤 마셔야 한다. 차를 우려 보면 짙은 밤색이나 검붉은 빛을 띠는 차가 숙차다. 발효가 된 생차는 맑고 깊은 맛이 나고 숙차는 마시기에 부드럽고 진한 향이 난다.”

Q 모양에 따라서도 이름이 다르던데.

A “원반 모양으로 압축해서 만든 차가 ‘병차(餠茶)’다. 병차를 7개씩 묶어 포장한다고 해서 ‘칠자병차(七子餠茶)’라고 한다. 칠자병차는 차마고도를 통해 무역을 할 때 말에 싣고 운반하기 쉬운 방법을 찾다가 탄생한 모양이다. 병차가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예부터 황실에 공물로 보내던 공차(貢茶)는 ‘타차’였다. 타차는 호박 모양으로 어른 머리만 한 것에서부터 엄지손가락만 한 것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지금 자금성에 보관돼 있는 130년 된 공차도 타차다. 또 벽돌 모양의 ‘전차’, 압축하지 않은 ‘산차’ 등 모양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봄·가을에 따면 향 짙고 여름에 따면 기가 좋아

Q 푸얼차를 마시는 요령을 알려 달라.

A “도기로 만든 주전자인 자사차호에 차를 적당량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 바로 우러난 찻물을 버린다. 이를 세차(洗茶)라고 한다.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찻잎을 깨우고 찻잎에 묻어 있던 먼지 등을 제거하는 절차다. 그리고 나서 95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색이 옅어질 때까지 우려 마시면 된다. 세 번째 우린 차가 맛이 가장 좋다. 찻잎은 봄·여름·가을 세 계절에 따는데 봄과 가을에 따는 잎은 향이 짙고 여름에 따는 것은 기가 좋다. 자사차호가 없을 때는 일반 다기를 사용해도 되고 원두커피같이 내려 마실 수도 있다.”

Q 푸얼차는 몸에 좋은 차라고 하던데, 구체적으로 어디에 좋은가.

A “어릴 때 우리 동네에서는 푸얼차가 가정상비약의 역할을 했다. 푸얼차를 마시면 속이 편안해지고 몸의 노폐물이 제거되고 소화도 잘 된다. 우유와 함께 마시면 숙면에 도움이 되고 꿀과 함께 마시면 변비에 좋다. 또 생강과 함께 섭취할 경우 땀을 나게 해 몸의 냉한 기운을 치료한다. 보이차를 장기 복용할 경우에는 신진대사가 원활해지고 콜레스테롤에 특효가 있어 고혈압·거담·지방간 등에 현저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비만이면 살 빼주고, 마르면 살 오르게 해줘

Q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하던데.

A “푸얼차는 복원력이 뛰어나다. 비만인 사람은 살이 빠지고 마른 사람은 적정 체중으로 불려준다. 나는 소화가 잘 안 돼 밥을 잘 못 먹었지만 푸얼차를 꾸준히 마셨더니 지금은 속이 편해지고 체중도 적정한 수준으로 늘어났다.”(키가 1m70㎝가량인 그는 몸무게가 50㎏ 정도밖에 안 나갔으나 푸얼차를 5년 정도 꾸준하게 마셨더니 몸무게가 10㎏가량 늘었다고 한다.)

오래된 차부터 찾지 말고 2~3년 된 것부터 시작을

Q 중국에서 20~30년 됐다고 해서 사온 푸얼차를 한국 전문가에게 감정해보면 2~3년 된 차라는 판정을 받을 때가 적지 않다.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푸얼차를 살 수 있나.

A “윈난성에 있는 대부분의 공장은 차를 제조한다. 발효 공장은 광저우·선전·홍콩 등 광둥 지역에 많다. 푸얼차를 발효시키는 데 필요한 조건은 29도 정도의 온도에 습도가 70%가 돼야 한다. 윈난성은 이 조건에 적합하지 않다. 10년 된 차라고 하면 꼭 10년을 발효시킨 차가 아니라 10년 발효된 차 맛이 나는 차로 이해하는 게 좋다. 5년이 됐어도 얼마나 적당한 조건에서 발효를 시켰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윈난성에서 30년 된 푸얼차는 정말 찾기 힘들다. 소비자들이 너무 오래된 차를 고집하다 보면 2~3년 된 차를 10년이나 20년 된 차로 속아서 살 수 있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2~3년 된 차를 사서 마시면 된다. 물론 오래 발효된 차가 향도 좋고 맛도 좋다. 푸얼차를 처음 시작할 땐 2~3년 된 차부터 시작해 연륜이 쌓여 갈수록 오래된 차를 찾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차를 살 때는 먼저 숙차인지 생차인지를 확인하고 찻잎의 결이 고른지, 생산된 차창은 어디인지를 잘 살펴보고 사는 것도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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