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통화 불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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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필리핀 페소화의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불안이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다.

페소화는 25일 조셉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 확산과 기업들의 달러 사재기로 사상 최저치인 달러당 49.661페소까지 떨어졌다. 페소화 가치는 연초의 달러당 40페소에 비해 25% 가량 하락했다.

태국 바트화도 이날 한때 달러당 44바트선을 돌파하며 1998년 3월 이후 2년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동안 외환시장 불개입 의사를 밝혀온 태국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전격 개입해 바트화를 사들였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바트화는 이날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 달러당 43.57바트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필리핀의 재정적자 심화와 경기둔화,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등이 계속돼 페소화 가치가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50페소선을 넘어서고 여기에 헤지펀드의 공세가 강화될 경우 그 영향이 인근 국가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메릴린치.ING베어링 등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이미 필리핀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축소' 로 조정했다.

그러나 필리핀 정부는 단기외채 비중이 11%(57억달러)에 불과하며, 외환보유액도 1백47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어서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와 같은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태국의 경우에도 외채 조기상환에 따른 달러 부족과 저금리 정책, 그리고 정치적 불안이 겹쳐져 바트화가 달러당 45바트 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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