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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접는 국립 예술단체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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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국립극장 산하 예술단체(국립극단·국립무용단·국립창극단·국립국악관현악단)가 변신을 꾀한다. 큰 골격은 치열한 경쟁을 통한 자기혁신이다. 지금껏 이들 예술단체들은 외부의 수혈을 거부한 채 자신들의 영역에서 안주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립극단 홀로서기=국립극단은 재단법인이 된다. 국립극장이란 우산에서 벗어나 독립을 한다는 뜻이다. 이미 재단법인이 된 국립발레단·국립오페라단 등처럼 자립도를 키워 정부 재원에 의지하기보다 관객과 정면 승부를 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간 국립극단은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외면 받아왔다. 2000년대 들어 ‘테러리스트 햄릿’ 이외엔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을 거의 내놓지 못했다. 단원들은 종신 고용이나 마찬가지였고, 1년 동안 한번도 무대에 서지 않아도 퇴출되지 않았다. 현재 국립극단 단원의 평균 연령은 53.2세다.

국립극장에서 분리되는 국립극단은 현 단원들의 고용 승계를 보장하지 않는다. 문화부 관계자는 “장민호·백성희 선생이 종신단원이라는 것 이외엔 백지에서 출발한다. 새 단원을 뽑기 위한 오디션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석·부수석 제도 도입=국립무용단·국립창극단·국립국악관현악단은 단원들을 세분화한다. 수석단원·부수석단원·평단원으로 구분한다. 해외 발레단이 일반적으로 프린시펄(주연)·솔리스트(조연)·코르 드 발레(군무)로 구별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국립무용단 배정혜 예술감독은 “제도 도입 후 단원들간에 긴장감이 있으면서도 활력이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는 4명(장현수·이정윤·최진욱·장윤나), 부수석은 6명이다. 수석·부수석 단원이 되면 평단원에 비해 높은 공연 수당을 받게 된다.

외부 예술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전면 개방된 오디션도 실시된다. 국립국악관현악단 황병기 예술감독은 “지금껏 ‘국악관현악단은 철밥통이다’란 인식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역으로 현 단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창극단 유영대 예술감독은 “단원 배제나 옥죄기가 아니다. 외부 경쟁을 통해 단원들의 기량을 향상시키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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