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핫 패션 스토리] 구찌의 ‘진품명품’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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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옛날에 산 명품백, 지금 가치는 얼마일까. 구찌 가방의 주인이라면 그 궁금증을 풀 길이 생겼다. 구찌가 크리스티 경매와 손잡고 18일부터 빈티지 백들에 대한 감정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청자들이 온라인(www.christies.com/services/gucci-collector)으로 사진을 올리면 크리스티·구찌의 전문팀이 진품인지 여부를 1차적으로 알려 주고, 물건을 받아 감정가를 최종적으로 매겨 준다. 명품 브랜드로서는 처음 있는 시도로, 구찌판 ‘진품명품’이다.

크리스티의 패션&텍스타일 디렉터 파트리시아 프로스트는 “이번 행사가 빈티지 컬렉터들은 물론 구찌 애호가들에게 소중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이번 행사는 구찌 가방이 아니더라도 명품백을 사 본 소비자로서는 흥미로운 일이다. 명품업체들은 세월이 지날수록 가치가 더해진다고 주장하는 마당이니 가방의 가치는 세월에 따라 얼마나 더 오르는지도 궁금한 일이다. 더구나 명품업체들은 스테디셀러 가격도 매년 올리니 소장 가방의 가치는 얼마나 올려 주는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구찌 측이 이런 행사를 마련한 건 다른 이유도 있다. 일단 내년 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전시 물품을 찾으려는 것이다. 이 박물관은 브랜드 탄생 90주년 맞아 피렌체에 짓고 있다. 당연히 전시할 옛 가방들을 엄선해 ‘모셔 와야’ 한다. 이번 서비스는 그들의 소재 파악은 물론 적당한 가격에 되사들이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감정을 받은 개인들이 더 이상 가방을 장롱 속에 두지 않고 경매에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 멀리 봐서는 중고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도 있다. 현재 중고 명품은 이베이 경매 사이트를 통해 개인들끼리 직거래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이트가 있다. 하지만 모두 거래되는 물건들이 짝퉁인지를 확인할 수 없고, 가격도 들쭉날쭉해 잡음이 많다. 구찌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만약 구찌가 보증하는 감정서가 있다면 믿을 만한 중고 거래 시스템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구찌가 중고시장에서도 브랜드 매니어를 만들어 내려 하는 것이다.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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