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업고 문제 근본대책 세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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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실업고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의 결석률이 인문계의 열배에 달하고 교육현장이 크게 황폐화되고 있는 것으로 국감자료에서 확인됐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은 구시대적 발상에 머물러 피상적인 대책이나 내놓고 있어 큰 걱정이다. 고교 교육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지식.정보화시대에 인문고.실업고를 양축으로 시작한 식민지시대 교육체계의 구태의연한 틀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교육 일탈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시대가 한참 바뀌었는데도 인문고.실업고의 정원비율은 여전히 6대4 정도다.

또 1백만명에 육박하는 실업고 학생들이 실업계 전문직으로 취업조차 할 수 없게 된 지도 이미 오래된 일이다.

문패만 바꿔놓은 수많은 정보산업고(상고).공고 졸업생은 전공과 동떨어진 저임금 직종으로 진출해 표면상 높은 취업률은 허상(虛像)에 불과하다.

그러니 실업고를 다닌다는 사실 자체에 상당수 학생들이 열등감을 느끼고 희망을 잃은 채 학교수업을 빼먹고 거리를 방황하는 '교육파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업계 교육이 이처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교육당국의 인식은 한심한 수준이다.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이 고작 조교 확보, 기자재 수리 등 예산지원 강화와 야간반 폐지 등 미봉책 수준이다.

교육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한데도 근시안적 발상만 내놓고 있다.

고교생 절반 가까이가 떠돌고 있다. 교육당국은 이제 낡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현재의 인문고.실업고 체계가 시대적 착오임을 똑바로 인식하고 근본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적정수준의 실업고만 남기고 나머지는 인문고로 재편하든지, 만화.디자인.자동차 같은 특성화 고교로 전환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또 해당분야 전문대와 연계해 연속 교육을 할 수 있는 길도 터놓아야 한다.

학생들이 창의성을 제대로 발휘해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실업고 체제의 전면개편을 서두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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