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 서울 선언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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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일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26개 회원국 정상들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서울선언' 은 최근의 남북관계 발전을 평가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회원국들의 노력을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남북관계의 고무적 발전▶남북 정상회담 환영▶남북공동선언 이행조치 평가▶남북간 화해.협력의 지속▶한반도 평화에 대한 회원국의 기여 등 5개항 모두가 남북 문제를 중심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급진전되고 있는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분위기를 반영한 것" 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선언은 지난 7월 오키나와(沖繩)에서 열린 '주요 8개국 회담(G8)' 과 방콕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9월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이어 네번째로 다자(多者)회의에서 채택한 한반도 관련 선언문이다.

또 유엔은 총회 결의안을 통해 이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과 더불어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ASEM이 1996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특정지역의 정치적 문제를 특별 문서로 다룬 것은 그동안 경제문제에 치중했던 관심영역을 정치분야로 넓혀나가게 됐다는 의미도 있다.

이와 함께 회의기간 중 영국.독일 등 회원국들이 잇따라 북한과 수교(修交)할 방침을 밝힌 것은 유럽국들이 금명간 적극적인 대북 접근을 추진할 것임을 예고한다.

회원국들이 서울선언 제5항에 '북한과 회원국간의 관계개선 노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고 못박은 대목은 국교수립뿐 아니라 북한의 ASEM 가입도 앞당겨질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가 19일 열린 고위관리회의(SOM)에서 서울선언의 최종안이 확정되자 이를 외교채널을 통해 북한에 통보해 준 것도 남북간 신뢰를 과시하고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이끌어 주려는 뜻을 담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서울선언의 초안(草案)을 마련한 뒤 30여차례 회원국의 의견수렴을 하면서 지난달 8차 수정안을 다듬었다.

그러나 당초 서울선언에 담길 것으로 예상했던 북한의 인권과 대량살상무기(WMD)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유럽 회원국들이 북한의 인권 문제 등을 적극 제기하자 중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선언문 제1항과 5항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는 등의 포괄적 표현을 넣음으로써 어느정도 취지는 살렸다는 평가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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