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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서 '2000 세계그래픽디자인대회' 열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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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세계 그래픽(시각)디자인계의 유엔총회 격인 ‘2000 세계그래픽디자인대회’가 24∼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열린다.영문 공식 명칭은 ‘Icograda Millenium Congress,oullim 2000 Seoul’.

이코그라다는 세계그래픽디자인단체협의회의 줄임말로 IFI(국제실내건축디자인연맹),ICSID(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와 함께 디자인 분야의 3대 국제기구 중 하나다.

‘oullim’은 우리말 ‘어울림’을 영어로 옮긴 것으로,이 낱말에 이번 대회의 주제가 집약됐다.

인종·언어·남녀노소·인간과 자연 등 모든 것들이 어울리는 21세기 시각디자인의 신개념을 제시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올해로 창립 37주년이 된 이코그라다는 95년 포르투칼 대회부터 2년마다 한번씩 콩그레스를 열고 있어 당초 내년에 4회 대회가 열려야 마땅하다. 그러나 새천년(뉴밀레니엄)의 의미를 살리고자 올해로 일정을 당겼다. 서울대회는 그만큼의 무게가 더 실려 있는 셈이다.

그래픽디자인계의 세계적 거장들이 ‘헐값’ 초청에 기꺼이 응한 이유도 여기 있다.비행기 이코노믹클래스도 마다하지 않았고 3류 호텔도 달게 참겠다며 참가를 원했다.

집행위원회(위원장 안상수·홍익대 교수)는 총 20여 개국 40여 명의 연사에 대한 예우와 부대비용 등을 합쳐 총 예산 8억원으로 행사를 치룰 계획이다.

딱딱한 논문을 발표하거나 무슨무슨 회장을 뽑는 정치성 행사가 아닌,말 그대로 만남과 친교의 자리인 점이 이번 행사의 특징. 워낙 사계(斯界)의 권위자들이 연사로 나서게 돼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시각디자인의 미래상이 담겨있을 것이란 설레임도 있다.

그런 관심에 대한 갈증을 당대 제일의 ‘지적 엔터테이너’로 불리는 도올 김용옥이 먼저 풀어준다.김씨는 행사 첫날(24일) 80분 동안 주제 강연을 통해 인간·기술·자연이 서로 잘 사는 길을 제시한다.

강연 타이틀은 ‘어울림 산조(散調)’. 영어로는 ‘oullim syncacophony’로 표기했다.라틴어 어원에서 화(和)를 뜻하는 syn과 불협(不協)을 의미하는 caco를 합성해 우리말 산조의 영어 단어를 근사하게 만들었다. KBS는 이 강연을 그대로 녹화해 ‘도올의 논어이야기’(27일 밤 10시)시간에 방영한다.

해외 연사들도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1급들이다. 강연은 그래픽 ‘디자인과 교육’‘디자인과 사회’‘CI/BI환경디자인’‘인터랙티브 미디어’ 등 4개 분야로 나뉜다.한국어·영어·일어 등 순차통역으로 진행돼 언어장벽을 없앤다.

디자인교육 분야에서 눈여겨 볼 인물은 일본의 스기우라 고헤이(杉浦康平)와 독일의 우베 뢰쉬. 스기우라는 일본을 대표하는 시각디자이너로 영적(靈的·지적(知的)표현에 능하다. 98년 라이프치히 북디자인전 특별상과 마이니치(每日) 신문 예술상 등을 수상했다.뢰쉬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계의 거물이다.

디자인과 사회 분야의 특급 연사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챠스 마비얀 데이비즈.영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기록영화에서부터 출판물·포스터·로고·광고디자인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보인다.집요하게 매달리는 그의 화두는 인권. 이같은 선명한 주제의식으로 그는 98년 국제적인 디자인 저널인 ID지(誌) 선정 세계 40대 디자이너에 뽑혔다.

환경디자인 분야에서는 한국인 장동련(홍익대 교수)씨가 돋보인다.신라호텔·매일경제·m.net 등의 CI(기업이미지통일화작업)를 진행했고 지금은 2002년 월드컵디자인을 주도하고 있다.인터랙티브 미디어 분야에는 미국 카네기멜론대 다니엘 보야스키 교수 등이 참가한다.

이밖에 ‘중국 디자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홍콩의 헨리 스타이너,브랜드 디자인의 거장인 미국의 베른트 슈미트,대만 최고의 실기·이론가인 황영쑹(黃永松),필리핀 출신으로 미국 시각디자인협회장을 지낸 루실 테나자스, 웹디자인의 개척자인 미국의 토마스 뮬러, 영화 ‘트래인스포팅’의 사운드트랙을 만드는 등 뭇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는 영국의 토마토그룹 등도 주목할만 하다.

이미 국내 그래픽디자인 분야는 30만명 이상의 전문인력을 거느린 거대시장으로 성장했다.디자이너들에게 이번 대회는 두말할 필요없는 공부의 기회이자 국내 디자인 수준을 한단계 도약시키는 획기적인 만남의 장임에 틀림없다.

안상수 집행위원장은 “미래의 고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원천은 디자인이며,우리의 감성 속에 축적된 유산은 그 자양분”이라며 “지금 세계의 디자이너들이 동양에 대한 목마름을 한국의 문화에서 해갈(解渴)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02-766-9580,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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