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러고도 학생인권조례 강행할 텐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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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학생인권조례’ 관련 공청회가 이어지고 있다. 그제 열린 학생 대상 2차 공청회에선 중3~고2 학생 6명이 지정토론자로 나서 하나같이 조례 타당성을 옹호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학생인권조례 초안은 두발·복장 규제 금지, 수업시간 외 교내집회 보장, 체벌 금지 등 학교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비교육적인 조항이 많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원안 추진을 고집하면서 기성세대의 우려에 대해선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 요즘 학생들의 의식이 이 정도인가 하는 놀라움과 함께 사고의 무모성(無謀性)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교차한다.

한 중학생은 “소지품 검사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갖고 와서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내 학생 생활지도를 위한 소지품 검사가 그 학생에겐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는 강제적 자율학습은 ‘학생들을 감금하는 행위’라고도 했다. 다른 중학생은 “체벌은 반인륜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어린 학생들의 사고라고는 믿기지 않는 표현이어서 안타까운 마음부터 앞선다.

기성 세대를 향한 발언들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미성숙해 인권조례가 시기상조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성숙한 존재들이 모여서 이뤄진 사회는 왜 그렇게 많은 분쟁이 있는 것이냐.” “두발 자율화가 탈선을 부추긴다면 40대를 대상으로 두발 규제를 실시해야 타당한 것 아니냐.” 세상을 삐딱하게만 보려는 어린 학생의 억지가 엿보인다.

토론자들은 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모집한 ‘학생참여 기획단’ 소속 학생들이라고 한다. 당연히 인권조례에 찬성 의견을 가진 학생들 일색이다. 이런 학생들을 앉혀 놓고 공청회를 연 경기도교육청의 뻔뻔함에 기가 막힐 뿐이다. 학교 현실이나 학생 발달 수준을 도외시한 인권조례 제정은 교육을 망치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경기도교육청은 지금이라도 인권조례 제정을 재검토해야 한다. 학생·학부모·교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도출하지 못하면 백지화(白紙化)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