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원 교수 "한국교회 성장주의 버릴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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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담임목사직 세습이나 교회예산 유용시비, 총회의 금권선거 등 개신교단의 여러가지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대형교회와 성장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개신교 역사 불과 1백여년만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형교회의 대부분을 만들어낸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님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같은 개신교의 급속한 양적 성장이 최근 여러가지 문제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철학자이자 목사인 신국원(총신대)교수는 월간 '기독교사상' 최근호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미국과의 관계속에서 분석했다.

그는 '미국교회가 한국교회 문화에 미친 영향' 이란 글에서 "한국교회의 문제점인 성장주의는 2차대전 이후 급속히 세속화되어온 미국교회의 절대적 영향에 따른 것" 이라며 "독자적이고 성숙한 교회문화를 만들어야한다" 고 강조했다.

신교수는 미국교회의 영향을 1970년 전후로 나눠 분석했다. 70년대 이전까지의 영향을 '근본주의' '복음주의' 라고 한다면, 70년대 이후의 영향은 '성장주의' 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1970년대 이전 미국교회의 영향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고 평가했다. 근본주의는 청교도적 전통이 강한 미국 상류사회의 도덕적.금욕적 문화로 한국사회의 전근대적 풍토를 개선하는 데 많은 공헌을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화적 도덕적 우위가 뚜렷했기에 교회의 사회적 위상도 높았고, 발언권도 강할 수 있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의 영향은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2차 대전 이후 세속화되기 시작한 미국교회가 60.70년대부터 교회성장운동에 진력하기 시작했고, 이같은 분위기가 그대로 우리사회에 이식됐다는 것이다.

신교수는 미국의 성장주의에 대해 "경영학과 심리학적 지식과 기술을 이용한 고객중심주의로 대표되는 통속적인 경영마인드가 깔려 있다" 며 "그 결과 기독교 진리를 희석하고 성숙치 못한 교인을 양산해냈다" 고 비판했다.

신교수는 "성장주의에 매달린 가운데 한국 교회가 도덕성을 잃고 폐쇄적.이기적으로 바뀌었고, 무엇보다 무속적 기복신앙으로 빠질 위험성이 높아졌다" 고 지적했다.

신교수는 "급속한 사회적 발전에 뒤쳐지지 않기위해 교회 관계자들은 미국만 아니라 유럽과 같은 지역의 교회문화에 대한 연구와 함께 우리 전통의 삶을 성경적으로 조명해야한다" 고 제안했다.

다방면에서 도발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켜온 강준만(전북대)교수도 '인물과 사상' 최근호에서 한국 교회의 성장주의를 비판했다.

강교수는 '종교는 영원한 성역인가' 란 머릿말에서 "기독교가 지금처럼 사회적 도덕과 개혁을 외면하는 기복신앙에만 머문다면 한국사회의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독교는 더 이상 종교문제만이 아니라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며 "지식인들은 종교라는 성역을 깨고 비판의 말문을 열어야한다는 취지에서 특집을 마련했다" 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교회의 승리주의와 성장주의 이데올로기' 란 글에서 여러 종교학자들의 글을 인용, "한국교회가 외형적 성장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같은 세속적인 조직, 헌금을 강요하고 권력에 아부하는 제사장 종교가 됐다" 며 "전쟁과 독재권력으로부터 벗어난 사회적 발전단계에 맞게 교회도 성장보다 성숙을 추구해야한다" 고 강조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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