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TV 토론 끝나 막판 유세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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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 대선후보 TV토론회가 17일로 마무리됨에 따라 민주당 고어 부통령과 공화당 부시 텍사스 주지사는 막판 유세에 들어갔다. 다음달 7일의 대선까지는 정확히 3주가 남았다.

세 차례 벌어졌던 TV 토론회는 그 어느 후보에게도 일방적 승리를 안겨주진 않았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무승부로 끝난 토론회=이달 3일과 11일, 17일에 열린 세번의 토론회에선 화끈한 KO승이 없었다. 굳이 따지면 '토론의 달인' 이라던 고어가 손해를 봤다. 너무 높았던 지지자들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시 후보가 세번의 토론에서 거의 비슷한 태도를 보인 데 반해 고어 후보는 세번 다 변신을 했다.

첫번째 토론에서 고어는 딱 부러지게 말을 잘 했지만 너무 잘난 척하고 상대방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두번째 토론에선 정반대로 너무 저자세로 나갔다.

첫번째 토론 직후 고어 후보는 그래도 이겼다는 말을 들었지만 두번째에선 부시에게 일방적으로 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이처럼 중요한 토론에선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고, 자기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세번째 토론에서 고어 후보는 앞서 두 차례 토론을 교훈으로 자기 스타일을 지키면서도 잘난 척은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부시 후보는 이번 토론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지만 자신의 장기인 친화력을 확인시켰고, 지적 능력도 형편없지는 않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였다.

두 후보는 각자의 정책을 열심히 설명하고 최선을 다해 상대방을 공격하면서도 끝까지 품위를 지켰다. 그것은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는 미국 언론과 유권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대선 전망=토론에서 승부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두 후보는 앞으로 남은 선거 유세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워낙 박빙이어서 승부는 결국 부동표에서 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플로리다와 미시간 등 어느 후보도 우세를 점하지 못한 주들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 표밭에서 고어에게 밀리고 있는 부시는 여성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고 고어는 흑인과 중남미계 등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에 정성을 기울일 전망이다.

중동사태 등 외교적 돌발변수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대선은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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