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개헌 땅고르기 나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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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차기 예비 주자들이 개헌론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이인제(李仁濟).김중권(金重權)최고위원이 그들이다. 이들은 현행 5년 단임제를 미국식의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로 바꾸자고 주장한다.

"정치환경이 현행 헌법을 만들었던 1987년과 다르고, 대통령(5년)과 국회의원(4년)의 임기가 다른 데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 는 게 李위원의 지론이다. 요즘 강연회에서 빠뜨리지 않는 대목이다.

여기에 金위원이 가세했다. 그는 17일 "세 차례 5년 단임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경험한 극심한 지역대결과 국론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개헌 논의를 해야 한다" 고 말했다.

현 정부 첫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金위원이기에 정치권에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에선 "여권이 개헌 공론화를 위한 정지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 (李元昌의원)는 해석이 나왔다.

이회창(李會昌)총재 측근인 李의원은 "여권이 내년 초께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고 내다봤다. 여권의 개헌론은 정권 재창출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정.부통령제가 영남을 공략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인식 때문에 개헌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개헌론의 공간은 보다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이회창 총재가 '여권 일각의 개헌 주장을 딱부러지게 제동 걸지 않고 있는 점도 개헌론이 정국의 미묘한 변수로 자리잡고 있는 요인이다.

李총재는 지난 4월 광범위한 여론 형성을 전제로 "4년 중임제는 검토할 만하다" 고 말한 바 있다. 李총재로서는 개헌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 열어놓고 있는 게 대선 전략상 더 나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덕룡(金德龍)의원 등 당내 비주류 일부가 정.부통령제를 주장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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