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경기도, 판교 개발제한 힘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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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기도 성남시 판교지역 건축 제한 시한이 올 연말로 다가오면서 성남시와 경기도가 건축규제 연장을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주민들도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있다.

판교지역 건축 제한은 지난해 3월 성남시가 택지지구로 지정될 것을 예상하고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취한 조치다.

성남시는 최근 건교부가 이 지역을 신도시 유력지구로 발표했다가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로 백지화되자 더 이상 건축제한을 연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기도는 1년간 더 연장해 첨단산업단지로 개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 성남시=주민들의 개발압력과 저항이 너무 거세 건축제한을 연장할 수 없다며 하루빨리 택지지구로 지정할 것을 건교부에 촉구했다.

성남시는 택지지구로 지정되면 개발예정용지 2백80만평 가운데 70만~80만평은 택지로, 46만평 정도는 벤처단지로 조성하며 나머지는 녹지와 공공용지로 개발한다는 자체 개발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수용인구는 14만명 정도.

시 관계자는 "경기도에 건축제한 연장 신청을 하지 않을 방침" 이라며 "언제 이뤄질지 모를 택지지구 지정 때문에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를 더 이상 막기 어렵다" 고 밝혔다.

◇ 경기도=판교를 주거단지로 개발할 경우 또 하나의 베드타운을 만들어 수도권 남부 주민들의 교통난과 주거환경을 크게 악화시킨다는 입장이다. 인근의 분당.수지.죽전과 연결되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로 변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 첨단산업.업무시설, 산학연구단지 등을 입주시켜 첨단지식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도 관계자는 "용인.광주의 경우처럼 기초단체의 승인 신청이 없어도 도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건축제한을 할 수 있다" 고 말했다.

◇ 주민=땅이 많은 주민들은 건축제한을 풀고 개발을 하자는 주장이고 그렇지 못한 주민들은 개발하면 불이익을 당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주민 이용직(68.농업)씨는 "가진 것이라곤 집 한 채뿐인데 개발이 되면 다른 곳으로 쫓겨나야 할 형편" 이라며 "현 상태로 유지됐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판교개발추진위원회 김대진(金大進.54)위원장은 "24년 동안 개발이 묶여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는 주민들의 고통이 크다" 며 "건축제한을 풀어주든가, 개발을 하든가 양자택일을 해야 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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