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아르빌] 제마부대 첫 환자, 보은의 아르빌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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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다는 말에 퇴원 후 집에서 3일간 울었어요. 정말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소원을 풀게 됐네요."

자이툰 부대 숙영지 건설이 한창이던 지난 9월 3일. 나시리야에서 아르빌의 자이툰부대로 이동한 제마부대원들은 뜻밖의 손님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시리야의 제마부대에서 총상으로 치료받던 암마르 마원(24)이 자신을 치료했던 의료진을 만나기 위해 천리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것이다. 마원은 제마부대가 지난 8월 4일 아르빌로 철수하면서 퇴원한 환자다. 나시리야에서 마원의 통역을 했던 박인숙 군무원은 오는 동안 다리도 불편하고 위험했을 텐데"라며 걱정과 반가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마원이 나시리야에서 제마부대 병원에 입원한 것은 지난 5월 6일. 한국군이 받은 첫 환자였다. 군인이었던 그는 이라크 전쟁 중인 1년 전 다리에 총상을 입었고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살이 썩어들어가는 등 만성 골수염으로 고통받아왔다. 한국 의료진은 처음 다리의 파편을 제거하기 위해 3시간의 대수술을 했으며 이후로도 3~4회에 걸쳐 뼈 이식 수술과 썩은 살을 제거했다.

자이툰부대 간이 의료실에서 마원의 환부를 다시 확인한 제마부대 진료과장 서정필(34)소령은 "현재로선 더 이상 치료할 곳은 없고 나중에 마지막 남은 뼈 이식 수술만 받으면 된다"고 희망적인 소견을 밝혔다.

마원은 나시리야에서 자신을 담당했던 군의관인 정형외과의 김동현 대위가 아직 쿠웨이트에 있어 만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이라크 의사들은 치료가 불가능하니 다리를 자르자고 했지만 김 대위가 희망을 가지고 계속 치료해 불구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르빌=국방일보 조진섭 기자
(이 기사는 국방일보 10월 8일자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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