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서부개척' 열차 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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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중국 정부가 21세기 최대 프로젝트로 추진 중인 중국 서부 대개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국내 기업과 정부기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현재 사천성 청두(成都)와 호북성 우한(武漢)을 중심으로 7~8개씩 진출해 있다. 산업이 발달한 동부지역과 달리 아직 사회간접시설이 열악하고 시장도 작은 편이다.

최근 중국 주룽지(朱鎔基)총리가 한국 정부에 서부개발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고 한국에 투자유치단을 파견하는 등 중국의 서부 대개발 의지를 강조하자 국내 기업들도 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오는 16일 중국 서부와 인접해 서부 대개발 사업의 전초기지로 떠오른 우한에 무역관을 열기로 했다.

우한무역관은 ▶이달 중 착공할 우한시 경전철 사업에 들어가는 정거장 외벽 컬러강판, 에스컬레이터, 폐쇄회로 감시TV 등에 대한 정보를 취합해 국내 기업이 내년 입찰 때 참고로 삼도록 하며 ▶이 지역의 광통신밸리 구축사업에 국내 정보통신업체를 참여시키는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KOTRA는 이 지역에 진출할 수 있는 유망품목으로 건설자재와 자본재, 통신설비 및 휴대폰 등을 꼽았다.

지난달말에는 오영교 산업자원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공기업.민간기업 대표 60여명의 조사단이 이 지역을 답사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와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 추진 중인 이르쿠츠크 천연가스 탐사 및 개발사업에 한국 참여▶한국의 중국내 원자력발전소 건설 참여▶중국측의 한-중 공동 투자사업에 대한 적극 협력 등에 합의했다.

SK케미컬은 지난 5월 사천성과 폴리에스테르 설비를 이전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따라 삼양사와 함께 폴리에스테르 부문 합병법인으로 출범할 휴비스가 주축이 돼 올해말부터 국내에서 과잉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설비를 이전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현지에 진출한 현대자동차.LG전자.LG상사 등은 아직까진 이들 지역의 소비수준이 낮지만 개발사업이 이뤄지면서 고용이 늘어나고 내수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OTRA 이송 중국팀장은 "중국은 완제품 수입보다 현지 생산을 선호하기 때문에 개발사업으로 커질 중국 시장에 참여하려면 이 지역에 직접 투자하고 진출해야 한다" 고 전제한 뒤 "아직까진 서부지역의 투자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서두르지 말고 충분히 손익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 서부 대개발 사업〓동부 연해지역에서 축적한 부를 이용해 국토의 56%를 차지하는 서부지역을 산업화함으로써 중국 국토의 균형발전과 내수를 키우자는 사업.

앞으로 50여년동안 인프라와 산업기지 건설이 이어지는 것으로 내년에 시작할 10차 5개년 개발계획의 중심사업이다.

현재까지 확정된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10년동안 이 지역에 20개 공항이 신설되고, 15만㎞의 새로운 도로가 건설되며, 20여년동안 철도와 수자원개발 공사가 벌어진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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