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조선진-박승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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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자신감 찾지못한 조선진 9단

제6보 (138~172)〓잘 둔다는 것과 이긴다는 것은 약간 차이가 있다. 프로기사도 승부에 때로는 무심해질 수 있다. 큰 승부에서 지고 나면 긴장감과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바둑도 무뎌지고 마는 것이다.

조선진9단으로선 지난해 삼성화재배 결승전이 커다란 고비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이창호9단과의 이 대결에서 그는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이상하게도 중반 이후 또는 종반에만 접어들면 힘을 쓰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바둑도 큰 차로 역전당해 결국 3대0 스트레이트로 무너지고 말았다.

이 대결에서 趙9단은 자신감을 잃었던 것일까. 그는 올해 본인방전 도전기를 시작할 때 자신이 질 것 같은 예감에 사로잡혔던 모양이다.

조훈현9단이나 차민수4단은 그런 趙9단을 응원하려고 그의 승리에 돈을 걸기도 했지만 趙9단은 결국 왕밍완(王銘琬)9단에게 타이틀을 내주고 말았다.

이 판을 지켜보는 관전자들은 그런 흐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전력상 趙9단은 훨씬 앞서 있다. 또 초반에는 크게 일격을 가해 대우세를 확보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趙9단은 승리를 결정짓지 못하고 朴초단의 맹추격에 쫓기고 있다.

아직은 우세하다지만 趙9단은 과연 그걸 지켜낼 수 있을까.

趙9단이 138부터 상변 백대마의 안전을 어느 정도 확보하자 朴초단은 다시금 149로 하변에 창끝을 겨눈다.

멀리 좌상귀 A의 패가 노림수로 남아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흑은 아직 실리가 부족하다. 그 간발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맹공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153까지 파내고 157로 중앙을 보강하자 백대마는 상당히 위험해졌다.

이 대목에서 등장한 164가 본인방의 관록을 보여주는 절묘한 사석(捨石)의 맥점. 이것으로 하변에 한눈을 확보하고 다시 170에 끊자 대마는 어언 완생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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