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에도 남녀차별 심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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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여성들의 목소리를 찾자는 움직임이 종교계 내부에서도 활발해지고 있다.

가정폭력상담소.가톨릭여성신학회.가톨릭여성연구원 등 각 영역에서 나름대로 활동해온 11개 천주교 여성 단체들은 지난 7일 가톨릭여성단체연대를 결성하고 전체 천주교 여성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천주교의 경우 아직까지 미사를 집전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여성사제를 허용하지 않는 등 교단내 의사결정구조에 여성들의 참여를 제한하는 경향이 있고, 수녀와 여성 교인들의 역할이 남성들의 보조자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계속돼 왔다.

가톨릭여성단체연대 윤순녀 대표는 "예수탄생후 2002년이 되는 올해 대희년을 맞아 지금까지 개별 활동에만 머물렀던 여성단체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 사회 이슈를 해결하는데 가톨릭 여성의 참여를 확대시키겠다" 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불교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1월 조계종은 불교여성개발원 준비위원회를 발족, 오는 11월 불교여성개발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재가(在家)여불자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연구,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을 위해 설립되는 불교여성개발원은 지금까지 다소 뒤떨어져 있던 불교여성학에 대한 연구와 환경.청소년.매매춘 여성문제에 대한 참여를 확대할 예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는 지난해 총회에서 교회내 각종 위원회와 의사결정구조에 여성들의 30% 참여 등을 명시한 '여성과 함께 하는 교회' 라는 지침서를 채택했다.

이는 우리사회의 가부장적 구조가 교회내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한 문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 이문숙 부장은 이 지침서에 대해 "남성위주의 사회 분위기 때문에 아직까지 교회내에서도 여성들이 잡무와 봉사 등 사적인 일들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며 "여성들도 공적인 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남성들도 교회 잡무를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기독교의 경우 1960년대에 이미 한국교회여성연합회를 설립해 여성 독자적인 사회 활동을 펼쳐왔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장로교.예수교장로교통합.감리교 등 몇몇 교단에서만 여성 목사를 허용하고 있으며, 그 수도 전체의 1%에도 미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불교에서는 기독교나 천주교와 달리 비구니승이 법회를 주관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계종 중앙종회 구성원 81명 가운데 여성은 10명뿐으로 비구니승의 의사결정구조 참여비율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또 각종 종교계 대학들에도 여성 교수의 수는 매우 적다.

교리상의 해석을 놓고 여성의 종속적 위치를 당연시하는 남성들의 주장도 강하다.

기독교와 가톨릭의 경우 가장 크게는 창세기의 내용을 근거로 여성이 남성에게 복종하는 것은 신의 섭리라는 주장이 대세이며, 불교에서도 여성의 몸으로는 성불할 수 없다는 등의 전통적 교리가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종교여성학의 반론도 최근 만만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남성들에 의해 씌여진 성서를 이제 여성의 눈으로 다시 보아야 한다는 기독교 여성학자들의 주장이나, 비구에 대한 비구니들의 절대 복종을 명시한 '비구니 8경계' 는 3천년전 시대적 상황의 산물일 뿐 부처님의 본래 뜻과 맞지 않는다는 불교계 여성학자들의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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