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등 부실은행 인천공항에 거액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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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빛.조흥.외환 등 3개 추가 공적자금 투입 대상 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1조원대의 자금을 인천신공항에 대출해주는 조건으로 공항 입점권을 따낸 것으로 밝혀졌다.

9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국회 건설교통위 이해봉(李海鳳.한나라당)의원에게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은행.환전사무소 계약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한빛은행은 1조5천억원, 조흥은행은 1조2천억원, 외환은행은 9천억원, 신한은행은 1조10억원을 2002년까지 공사측에 융자해주기로 했다.

계약서는 또 공항공사가 발행하는 3년만기 채권을 내년부터 2004년까지 한빛은행이 1조5천억원, 조흥.신한은행은 1조원씩, 외환은행은 6천억원 규모로 인수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대출과 채권 인수액을 포함하면 한빛은행의 지원금액이 3조원에 달하며 조흥은행 2조2천억원, 외환은행 1조5천억원, 신한은행 2조10억원 등 4개 은행의 지원 규모가 9조원에 가깝다.

계약서에 따르면 이들 은행이 계약서상의 여신 지원 규모나 채권인수 의향금액 등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공사측은 계약을 해지하고 영업보증금을 몰수할 수 있도록 돼있다.

공사측은 지난 4월말 경쟁입찰을 해 이들 은행을 낙찰자로 선정, 입점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입찰에서 대출액으로 국민.주택 등 '우량' 은행들은 각각 4천5백억원과 4천억원을 제시했고 하나은행은 1천억원, 한미은행은 3천억원을 써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한빛.조흥은행 등은 "공항 환전소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크고 은행 이미지 향상 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며 "정부에서 하는 사업이어서 대출 회수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고 밝혔다.

그러나 신한은행을 제외한 3개 은행은 이미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데다 지난 8월말 정부에 의해 추가 공적자금 투입 대상 은행으로 지정됐다.

더구나 인천국제공항의 부채가 4조원에 육박하고 연간 이자부담액만 4천4백억원이어서 상당기간 적자운영이 불가피하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나왔는데도 이같은 지원을 약속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칫 수조원대의 불량 여신만 양산할까 우려된다" 고 말했다.

공사 관계자도 "당시 평가위원회에서 은행들이 제시한 지원가능 금액을 보고 놀랐다" 며 "가능성을 놓고 위원들간에 격론이 있었으나 결국 평가기준에 따라 낙찰자를 정했다" 고 말했다.

당시 공사측의 평가기준(1천점 만점) 중 지원가능 금액을 포함한 가격제안서가 4백50점을 차지, 사실상 지원액수에 따라 낙찰이 좌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李의원은 "구조조정 대상 은행들이 우량은행의 수배에 달하는 지원금을 약속하고 입점권을 따낸 것은 방만하고 비합리적인 경영행태가 여전하다는 증거" 라고 비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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