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에 얽힌 역학관계 설명한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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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석유는 산유국들에게는 부의 원천, 소비국에게는 산업사회를 굴리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으로 자리잡았다.

유가 인상과 하락에 따른 여파는 당연히 전세계적인 관심사이며, 실제로 가격 변동곡선에 따라 세계경제가 요동을 친다.

굳이 1.2차 오일쇼크까지 갈 필요도 없이 연일 유가가 치솟는 지금도 석유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다.

유가상승이 OPEC가 아닌 다국적 메이저 석유회사의 농간이라거나, 미국 대권경쟁애 나선 환경론자 앨 고어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부시의 음모라는 등 유가를 둘러싼 논쟁이 분분하다.

진실이 어떤 것이든 수요가 일정한데도 불구하고 석유 가격은 왜 예측불허가 될 수밖에 없는지 일반인들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영국 옵저버지의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저술가 앤서니 샘슨이 쓴 '석유를 지배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는 이같은 '석유 정치학' 에 무지한 사람들도 석유에 얽힌 역학관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원제인 '일곱 자매(The Seven Sisters)' 는 세계 7대 석유회사인 엑슨과 모빌.걸프.텍사코.소칼(이상 미국계).쉘.BP(이상 영국계)를 가리킨다.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산업을 어떻게 이 일곱 개 회사가 지배하게 됐나, 또 산유국과 소비국 사이에서 이들 일곱 자매들이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며 정치적인 곡예를 해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마디로 석유가 인류에게 중요한 존재로 다가온 이래 석유가 겪어온 역사를 7개 메이저와 OPEC의 협력과 대립으로 일목요연하게 담고 있다.

책의 출발은 이들 일곱 회사들의 개별적인 발전과정을 다루고 있다.하지만 단순히 사사(社史)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성장과정에서 석유가 어떻게 독점적 공급원인 카르텔 형태를 취하게 됐는지를 잘 보여준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다른 재화와 달리 석유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격이 수요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이같은 가격의 비탄력성은 시장이 재화를 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카르텔에 의해 지배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메이저 회사들과 OPEC의 갈등, 이 과정에서 일곱 자매가 외교문제에 얼마나 깊숙이 관여했는지 살펴보는 것은 흥미진진하다.다만 20여년 전에 쓰여진 책이라 1980년대 이후 최근 얘기가 빠진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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