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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피플] 18년 복역 60대 자서전으로 문학상 후보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국 연방교도소에서 18년을 복역했던 한 전과자의 자서전이 영국의 권위있는 범죄 문학상 '매컬란 대거스(Macallan Daggers)' 결선에 올랐다고 더 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이 상은 세계범죄작가협회(CWA)가 그해 가장 뛰어난 범죄관련 저서에 수여하는 것이다.

책 제목은 '미스터 블루' 며 저자는 올해 66세로 미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에드워드 분커. 5세 때 부모가 이혼한 분커는 8세 때 어머니로부터도 버림받아 아동보호소에서 자라났다.

소년원 수감.탈옥.정신병원 수용의 악순환이 시작됐고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교도소에선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한 연쇄 살인범 등을 흉기로 난자하기도 했다.

분커는 운좋게도 'OK목장의 결투' '시민케인' 등을 제작한 유명 영화제작자 핼 B 왈리스의 부인을 만나게 됐다.

소년범 돕기운동을 하던 그녀는 출소한 분커에게 일자리를 줬지만 그는 17세 때 다시 마약거래와 무장강도 혐의로 검거돼 악명높은 샌 쿠엔틴 교도소에 최연소 수형자로 수감됐다.

분커의 인생은 거기서 바뀌었다. 독방에 수감된 채 언제 사형이 집행될지 모르는 초조감 속에서도 끊임없이 글을 쓰는 한 사형수를 만나게 된 것이다.

분커는 인간에게 글쓰기란 게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아했고, 그때부터 독서를 시작했다.

교도서에서 남는 것은 시간뿐이었다. 그는 도스토예프스키와 세르반테스 등의 고전을 모조리 섭렵했다.

달라진 그의 자세를 보고 왈라스 부인은 뉴욕타임스 목록에 오른 베스트셀러들을 빠짐없이 구해 교도소로 보내줬다.

그의 처녀작 제목은 '어떤 짐승도 그렇게 잔인하지는 않다(No Beast So Fierce)' . 이 소설은 바로 자신의 삶을 상징적으로 암시하는 것이었다.

감방에서 쓰여진 이 소설은 이후 17년이 지나서야 출간됐다. 감옥에 있는 동안 그는 출간도 되지 않은 장편소설 6편과 단편소설 50편을 썼다.

1975년 출소한 분커는 미친 듯이 글쓰기에 매달렸다. 그는 "소설을 쓰지 않으면 다시 범죄의 나락에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에 시달렸다. 글을 쓰거나 범죄자가 되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고 회상한다.

할리우드쪽에서 '소설 쓰는 전과자' 분커에게 손을 내밀면서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생생한 체험이 담긴 그의 범죄 이야기들은 그 자체가 훌륭한 대본이었던 것이다.

영화제작업자들로부터 교섭 제의가 오기 시작했고 그가 각본을 쓴 '런 어웨이 트레인(도주열차)' 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펄프 픽션' 을 만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 에는 '미스터 블루' 역으로 출연까지 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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