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한 중랑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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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홍수와 오염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중랑천. 이 강은 경기도 양주군 불국산에서 발원해 의정부를 지나 동쪽으로 서울 노원.중랑.광진구를, 서쪽으로 도봉.성북.동대문구를 끼고 흘러 성수대교 인근에서 한강에 유입되는 길이 34.8㎞의 대표적인 한강 지천이다.

매년 집중호우가 내리면 중랑천변 주민들은 범람이 될까봐 밤잠을 설치거나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또 제방변에 난립한 무허가 쓰레기 적환장 등에 버려진 쓰레기 등으로 인해 심한 악취가 나고 도시 미관도 큰 손상을 입었다.

하지만 1998년부터 대대적인 제방 보강 공사와 정비사업이 이뤄지면서 이 곳을 찾은 시민들이 "언제 이렇게 좋아졌지" 라며 놀라고 있다. 그럴듯한 시민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했으며 특히 눈에 띄게 달라진 곳은 중랑구 주변 둔치다.

◇ 계절별로 다양한 볼거리=가을로 접어든 최근에는 제방 비탈을 따라 4㎞정도 펼쳐진 과꽃.사루비아 등이 볼만하다. 동부간선도로를 따라 운전하는 시민들은 코끝으로 스며드는 향내를 맡으면서 운전의 피로를 잊기도 한다.

노원구 하계동에서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이정훈(李政勳.40.회사원)씨는 "출퇴근 때마다 주차장을 방불케 하지만 차창 밖으로 나무.꽃을 보면 짜증을 잠시 잊기도 한다" 고 귀뜸했다. 지난해에는 코스모스를 심었다.

올 봄에는 장평교~중랑교간 2.3㎞구간에 유채밭(1만5천여평)을 조성했다. 제방도로를 따라 한폭의 풍경화를 이루었다.

중랑구는 내년부터 유채 파종면적을 늘려 이 곳을 서울의 이색 명소로 가꿔 나갈 계획. 지난해 11월에는 이 곳에서 배추(6만본).무(5천본).파(1만본).갓(5천본)을 수확, 새마을 회원들이 '사랑의 김치담기' 행사를 통해 불우 이웃 3천세대에게 무료 공급하기도 했다.

◇ 다목적 휴식공간 조성=보강공사가 마무리된 제방을 따라 곳곳에 수림대와 꽃길, 주말 농장 등 녹지공간이 조성됐고 간선도로에 막혀 출입조차 쉽지 않았던 중랑천변에 진입로 2개도 만들었다.

또 체육공원도 6개 들어서 주민들의 다목적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제방 보강사업으로 중랑천변 일대에 들어서 있던 쓰레기 집하시설이나 폐기물 적치장이 단풍 터널과 감나무 동산, 개나리 정원 등 테마형 주민 휴식공간으로 대체됐다.

감나무.단풍나무.느티나무 등 방풍.차향효과가 큰 나무 1만6천4백여 그루를 심었다.

면목2동 한신아파트~장안교, 묵동 수림대~이화교 구간에는 체육시설이 집중 설치됐다. 체육공원에는 조깅 및 하이킹 코스, 배드민턴장 등 28종의 운동시설과 함께 정자 8곳과 쉼터 4곳을 마련했다.

동부간선도로가 지나는 둔치 옹벽구간에 자연석과 잔디를 이용해 만든 쉼터도 시민들이 즐겨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10년 동안 면목2동 한신아파트에 살아온 최창섭(崔昌燮.48.회사원)씨는 "이사 올때만 해도 중랑천변 악취로 무척 고생했지만 지금은 살 맛이 난다" 고 털어놨다.

◇ 앞으로 계획=시는 중랑천을 서울의 대표적 생태하천으로 간주하고 오는 12월 장기 개발 계획을 담은 '중랑천 하천정비 기본계획' 을 발표한다.

기본계획에는 중랑천 접근을 쉽게 하기 위해 진입로를 대폭 늘리고 다리를 통해 중랑천변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계단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의 수방대책으로 집중호우로 인한 범람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돼 시민이 찾는 중랑천으로 변했다" 고 말했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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