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활에 파고든 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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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람의 정신과 육체를 소름끼칠 정도로 송두리째 갉아 먹는 각종 마약류가 국내에서도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특히 보통사람들로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각종 신종.대용마약이 싸게는 수천원대에 생활 깊숙이 파고든다는 보도다(본지 10월 2일자 1면). 게다가 마약밀매범들의 단속망을 뚫는 여러 가지 교활한 수법에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본지 기획취재에 따르면,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마약이 종전과 사뭇 다른 모습과 패턴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그 종류만도 '백색의 공포' 히로뽕과 헤로인.코카인.대마 등 전통마약에 그치지 않는다.일부 테크노바에서 암암리에 거래돼 술에 타 마신다는 '엑스터시' (일명 도리도리)와 히로뽕.카페인 등을 합성해 만든 '야바' 등 알약 형태의 마약, 염산 날부핀(누바인) 등 앰플 형태의 마약 등 실로 다양하다.

이 값싼 마약 중 상당수는 일부 유흥업소에서 음주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뻗치는 유혹의 손길이나 길거리 접선을 통해 번지고 있다.직.간접 마약침투로도 중국.필리핀.태국과 남미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밀매범들이 취하는 수법도 매우 지능적이다.이들은 고추.마늘.뱀 등을 이용해 마약탐지견의 코를 피하는 등 교묘한 수법으로 세관단속을 따돌리고 인터넷.길거리 매매까지 자행한다니 놀랍고 충격적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마약 단속기능은 제 몫을 다하지 못한다니 딱한 노릇이다.마약의 공포와 위협을 막으려면 국제 행정.사법공조를 최대한 활용하고 이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또 국내 수사당국은 휴대용 이온스캐너와 같은 첨단장비의 활용 등 시대흐름에 맞는 다양한 대책을 개발하고, 마약단속체계는 개선할 점이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보건당국은 민간 마약퇴치운동을 적극 지원해 조기예방.계도에 힘써야 한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건전한 생활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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