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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중 2명 매일 즐겨 … 물 다음으로 많이 마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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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커피는 생두(生豆·green bean)다. 우리가 흔히 마실 수 있는 커피가 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산업적 측면에서 커피는 생산자·중개인·수입업자·배전업자(roaster)·소매업체 등을 거친다.커피 생산국 1위는 브라질이다. 2008년 4599만 부대(60㎏)의 커피를 생산했다. 2위는 베트남이다. 관세청이 2004년부터 5년간 커피 수입국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들어오는 커피(생두) 물량의 절반(48%) 정도가 베트남산이다.

중개인은 커피 산업에서 ‘코요테’로 통용된다. 소규모 농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수확물을 확보한다. 대개 시장 가격 이하로 커피 생두를 사들여 이익을 남긴다. 그래서 대규모 농장주들은 중개인을 통하기보다 수입처를 물색해 직접 커피를 거래한다.

수입업자는 중개인이나 대규모 농장으로부터 생두를 구매한다. 저장 시설을 갖추고 주문이 올 때마다 적시에 생두를 공급한다. 질 좋은 커피를 선별해 내는 게 이들 몫이다. 배전업자는 생두를 받아 로스팅(볶는) 작업을 거쳐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커피 형태로 만든다. 로스팅은 가장 마진을 많이 남기는 과정 중 하나다. 스타벅스와 같은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는 농장주와 연계해 커피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로스팅도 자체로 완성해 특유의 커피 품질을 유지한다.

브라질과 베트남 이외에도 콜롬비아·인도네시아·에티오피아 등 커피 주요 생산국과 수출국은 모두 저개발 국가다. 이에 반해 수입국은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이다. 커피의 최종 소비자가격에서 생두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저개발국이 커피값을 제대로 못 받으면서 선진국이 저개발국의 자원을 뺏는 모양으로 커피 산업 구조가 짜여졌다. 끊임없는 노동에도 가난에 시달리는 커피 재배 농가들은 커피 농사를 그만두고 마약 재배에 손을 대기도 한다. 콜롬비아에 코카인 재배가 많은 것이 그 예다. 또 커피 수확량을 늘리려고 숲을 개간하거나 화학비료 사용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환경이 파괴된다.

로스팅까지 거치면 커피는 소매업체, 예를 들어 네스카페·맥스웰하우스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최종 전달된다. 커피 가공 산업이 발달하면서 출현한 것이 인스턴트 커피다. 세계가 불황이던 1930년대 브라질 정부는 거대 식품 업체인 네슬레에 커피 재고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네슬레는 물만 부으면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릴 수 있는 인스턴트커피, 네스카페를 1938년 출시했다. 인스턴트커피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커피 시장의 주류가 됐다. 현재 전체 커피 시장의 40%, 약 17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3대 커피(인스턴트) 기업은 네슬레·크래프트제너럴푸드·프록터앤갬플(P&G)이다. 이들 3개 기업이 전 세계 커피 생두 교역량의 60%를 차지한다. 네슬레의 커피 브랜드로는 네스카페와 테이스터스초이스 등이 있다. 이 중 네스카페는 브랜드컨설팅회사인 인터브랜드가 발표하는 지난해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 25위에 올랐다. 모기업 네슬레(58위)보다도 더 유명하다 . 크래프트제너럴푸드는 말버러·버지니아슬림 등 담배로 유명한 필립모리스 소유다. 필립모리스는 1985년 맥스웰하우스 브랜드를 보유한 제너럴푸드를, 89년에는 세계 최대 유가공 업체인 크래프트를 매입해 크래프트제너럴푸드를 만들었다.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로 맥스웰하우스·맥심 등이 있다. 생활용품 회사로 유명한 P&G는 63년 폴저스를 인수하며 커피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에서는 유독 인스턴트커피 시장이 발달했다. 전체 커피 시장의 80%가 인스턴트 커피다. 또 해외와는 달리 네슬레가 힘을 못 쓰는 드문 시장이기도 하다(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네슬레 브랜드인 네스카페의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동서식품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동서식품은 68년 크래프트가 합병하기 전 회사인 제너럴푸드와 주식회사 동서가 합작해 만든 회사다. 70년 맥스웰하우스, 80년 맥심 브랜드를 국내에 출시했다. 76년에는 커피믹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현재 커피믹스 시장은 1조원 규모로 불어날 정도로 급성장했다. 특히 동서식품의 ‘맥심 모카골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07년에만 50억 개, 하루 평균 1370만 개 꼴로 팔려나갔다.

70~80년대 인스턴트커피 시장은 그야말로 동서식품 ‘전성시대’였다. 점유율이 98~99%에 달했다. 그러나 네슬레가 89년 두산그룹과 합작해 이듬해 네스카페와 테이스터스초이스를 내놓으면서 판이 흔들렸다. 현재는 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가 7대 3 정도의 비율로 점유하고 있다.

커피음료 시장에서는 ‘레쓰비’를 앞세운 롯데칠성음료가 강자다. 90년대 중반까지 맥스웰과 네스카페가 선두 다툼을 벌였지만, 98년부터는 레쓰비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스타벅스·일리 등 커피 전문점 브랜드가 시장을 공략하면서 롯데칠성음료의 시장 점유율은 2007년 41.9%에서 지난해 30.8%로 줄었다. 대신 기타 업체들의 비중이 16%포인트(39.5→55.5%) 늘어났다.

카페 형식의 커피 프랜차이즈점도 증가 추세다. 99년 이화여대 앞에 1호 매장을 낸 이후 스타벅스는 현재 전국 매장 수가 316개에 달한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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