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보건대학원-의대 "진료복귀"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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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대 보건대학원과 의대간에 심각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대립은 지난 20일 보건대학원 교수들이 의료계에 진료 복귀를 촉구하는 성명을 낸 데서 비롯했다.

의대 교수.학생들은 이 성명에 대해 "파행적 보건정책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책" 이라며 맹비난했다. 의대교수협의회측 교수들도 지난 22일 보건대학원장실을 찾아가 맹렬한 항의를 했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의대교수협 간부 10명은 원장실에서 "당신들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 "당신들만 환자 걱정하는 척 하지 말라" 는 등의 항의를 했다고 한다. 고성이 오갔음은 물론이다.

이어 의대 학생회는 지난 25일부터 보건대학원 건물 앞에 '보건정책 엉망인데 보건대학원 할 말 있나' '정치교수 판치는 보건대학원 각성하라' 는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컴퓨터통신 '대한의사협회동호회' 에는 보건대학원 교수들을 향해 "주워들은 풍월로 함부로 비판 말라" 는 등 극단적인 표현이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지난 26일 서울대의대 비상대책위의 침묵시위 현장에서는 보건대학원 교수들의 이름으로 지은 비하성 삼행시도 등장했다. 이들 교수의 얼굴 사진을 프린트해 가면처럼 쓰고는 즉흥극을 하면서 소금을 뿌리는 장면도 목격됐다.

그러자 28일 보건대학원 졸업생 대표들이 기자회견에서 "국민건강의 희생을 전제로 한 의사들의 파업으로 의약분업 제도의 순기능마저 의심받기에 이르렀다" 고 의료계를 비판하고 나섰다.

보건대학원 교수협의회도 지난 26일 항의문에서 "의사들이 욕설과 비방을 인터넷과 전화 등을 통해 쏟아내 큰 고통을 겪었다" '며 "이른 시일내 사과하지 않으면 전체 교수와 총장에게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 '고 말했다.

한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도 지난 5일 진료복귀촉구 성명 이후 2백50여명이 탈퇴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우석균 정책실장은 "모 대학병원에서는 '(인의협)회원을 모두 탈퇴시켰다' 며 자랑스레 공개보고를 띄우기도 했다" 고 개탄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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