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화대 '노벨상 반' 신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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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과 부문에서 중국 최고 수준이라는 칭화(淸華)대가 중국 국적의 노벨상 수상 과학자를 한명도 내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9월 새 학년도 첫학기부터 '기초 과학반' 이란 영재반을 신설, 노벨상 사냥에 나섰다.

칭화대 98학번 후젠(胡劍)은 지난 15일 학교로부터 부름을 받았다. 교무실에서 胡가 마주친 사람은 중국 물리학계의 태두격인 리티베이(李)중국과학원 원사(정회원). 李원사가 학부생인 胡의 개인 교습을 맡게 된 것이다.

胡를 포함, 54명으로 이뤄진 기초과학반은 98학번으로 이뤄졌다 해서 공식 명칭은 '기과(基科)8' 이지만 중국인들은 '노벨반(諾貝爾班)' 이라 부른다.

칭화대의 '노벨반' 구성은 1997년 중국계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양전닝(楊振寧)교수가 제안, 칭화대에 고등연구센터가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기초과학반은 바로 이 고등연구센터에 공급할 인재집단이다.

물론 칭화대는 "노벨상은 길고 긴 노력의 과정에서 예고없이 만나는 것이지 욕심을 낸다고 딸 수 있는 게 아니다" 고 점잖게 말한다.

그러나 칭화대 이과학원 상무부원장인 타이자중(熊家炯)은 "매년 뽑을 기초과학반원 중 10% 정도가 국제적인 영향을 미치는 학자로 성장했으면 한다" 고 말했다.

희망대로라면 10년 뒤에는 50~60명의 기초과학반 출신자가 노벨상 후보가 될 수 있는 세계적 학자로 성장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대학입시에서 각 성(省) 이과 부문에서 10위 안에 든 학생의 75%가 몰린 칭화대의 뛰어난 인적자원에 학교의 이같은 노력을 더한다면 노벨상 수상이 몽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설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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