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태권도] 불발로 끝난 '우정의 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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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에스더 김, 미안해요. "

올림픽을 따스하게 비춰준 봄날의 동화는 가을의 전설로 남지 못했다.

지난 5월 에스더 김(20)의 양보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미국 태권도 대표 케이 포(18)가 27일 열린 여자 49㎏급 1회전에서 한네 포울센(덴마크)에게 3 - 4로 역전패, 탈락했다.

관중석에서 열렬히 응원하던 에스더 김도 털썩 주저앉았다.

에스더 김은 "포는 최선을 다했다. 우리 모두는 그를 여전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고 말했다.

둘은 13년 지기다.

에스더의 아버지 김진원씨가 운영하는 오하이오 페인스빌 태권도장에서 같이 운동하며 우정을 키워왔다.

에스더 김은 핀급, 포는 플라이급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올림픽을 앞두고 체급이 합쳐지면서 둘의 대결은 피할 수 없었다.

올림픽 미국 태권도 대표선발전에서 에스더 김이 먼저 결승에 올랐다.

케이 포도 뒤이어 결승에 진출했으나 준결승전에서 다친 무릎 때문에 경기하기가 힘들었다.

에스더 김의 기권승. 그러나 에스더 김은 "실력이 앞선 포가 올림픽에 나가야 한다" 며 출전권을 양보, 전세계인을 감동시켰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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