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400만 실업시대 … 정부와 기업 손 맞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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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사실상의 ‘백수’가 400만 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공식 실업자는 88만9000명이지만, 주당 18시간 미만인 취업자와 취업 준비자, 그냥 쉬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정상적인 직업을 갖지 못한 경우가 408만 명에 이르렀다. 특히 취직하려고 애를 쓰다 중도에 단념한 구직(求職) 포기자는 1년 동안 38.9%나 늘었다. 그만큼 실업기간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130여만 명이 실업급여를 타갔으며, 지급 금액 4조1164억원은 이 제도가 도입된 1995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취업 빙하기’나 ‘고용 없는 성장’의 실상인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탈출한 환호 뒤에는 이런 우울한 자화상이 놓여 있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 일자리 창출을 제1 국정 목표로 삼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親)서민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모두 실업 문제 해결 없이는 경제위기 극복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행히 올해 국내 대기업들이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다짐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기업의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 실업 대책으론 최상의 카드라 할 수 있다. 대기업들이 협력업체들과 동반 성장 의지만 강화해도 중소기업에는 적지 않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실업은 한두 가지 정책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교육과 산업, 노사관계, 복지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구조적인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지난 1년간 정부는 비상조치로 재정 투입을 통한 공공부문 임시직 확대에 매달려온 게 사실이다. 또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고 맞춤형 직업훈련, 구인-구직 데이터 베이스 구축 등 단기적 대책에 치중해왔다. 이제는 일자리를 효과적으로 늘리기 위해 고용 흡수력이 큰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종에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소홀히 해온 노사관계 선진화와 규제완화 등 중장기적 처방도 병행해야 할 때가 됐다. 어느 때보다 정부와 기업들의 공동 보조가 절실하다. 그래야 400만 실업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