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적자금 이번이 마지막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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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공적자금 40조원을 추가 조성키로 했다.

재정경제부가 어제 공개한 백서(白書)에 따르면 지금까지 금융 구조조정에 들어간 공적.공공 자금은 약 1백10조원. 여기에다 추가 조성 40조원과 회수분 등 50조원을 더 넣는다니 부실 뒤치다꺼리에 들어가는 돈이 1백60여조원에 이른다.

게다가 이중 상당액이 허공에 날아가는 국민 부담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지만, 위기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현재로선 불가피한 차선책으로 보인다.

뒤늦긴 했지만 정부가 부실 실태를 공개하고, 정공법으로 대처하기로 한 것도 의미있는 궤도 수정이다.

이를 토대로 제2의 금융개혁을 철저히 추진해 금융기능을 정상화하고, 국민 경제 불안 요인을 제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야당도 이 일만큼은 국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철저한 검증은 필요하지만, 이 문제를 당리당략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경제를 망칠 수도 있다.

국회도 금융 지주회사 관련법 등 구조조정에 필요한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 공적자금 추가 조성과 국민 부담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공적자금 조성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전제조건들이 있다.

우선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갔지만 금융시스템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대우차 등 돌발 변수를 감안한다 해도 엄청난 국민 세금이 낭비됐다는 점은 정부 스스로도 백서에서 인정하고 있다.

이런 일이 다시 안 생긴다는 보장도 없다. 나중에 장관을 바꾸고는 "과거 경제팀 판단이 잘못됐다" 면서 돈을 더 걷겠다면 국민은 어쩌란 말인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자금이 지금까지처럼 방만하게 운용될 가능성을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 먼저 추가 조성 규모가 타당한지 검증해야 한다.

공무원 몇명이 둘러앉아 정할 게 아니라 관계 전문가들이 작업에 참여해야 한다. 자금 운용에 있어서도 지원 기준.절차가 투명해야 하며, 특히 사후관리는 지금보다 훨씬 엄격해져야 한다.

지원은 확실하고도 공개된 기준에 따라야 하며, 해당 금융기관과 기업의 강력한 자구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부실 운용에 대한 책임도 따져야 한다. 공적자금으로 인한 국민 부담은 60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상당 부분은 해당 공무원이나 금융기관.기업인의 중대한 실책 또는 모럴 해저드에도 책임이 있다.

철저한 검증과 상응한 문책도 따라야 한다. 추가 부실을 막기 위해서는 공적자금운영관리위나 예금보험공사 등 집행기구에도 책임을 묻는 장치가 필요하다. 금융권 감시 시스템 강화와 자금 회수에도 최대한의 노력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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