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조합장 어떤 자리기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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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조합원의 투표로 선출되는 농협 조합장은 전국적으로 1181명. 조합은 대개 읍·면을 단위로 하나씩 만들어져 있다. 조합장은 자연스럽게 읍·면의 돈줄을 거머쥐는 지역유지가 된다.

경북의 A조합장(58)은 15일로 4년 임기가 만료된다. 3선이다. 그는 최근 치러진 조합장 선거에 다시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A조합장의 연봉은 7000만원. 그는 급여 말고도 차량을 쓰는 만큼 무제한으로 유류를 지원받는다. 사업상 필요해 술을 마시거나 할 때는 업무추진비를 쓴다. 그뿐만 아니다. 경조사가 생기면 조합 명의이긴 하지만 조합 돈으로 경조금을 낼 수 있다.

조합장의 연봉은 조합의 사정에 따라 다르다. 3000만원부터 1억원대다.

조합장은 고액 연봉 이외에 직원 채용 권한도 일부 가진다.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임시직은 필요할 경우 채용할 수 있다. 조합마다 운영하는 하나로마트 판매사원 등이다. 그뿐만 아니라 조합장은 바르게살기협의회·부녀회 등 주요 행사는 빠짐없이 참가하는 읍·면의 힘 있는 기관장이기도 하다. 조합장의 권한은 이처럼 막강하다.

여기다 유권자인 조합원은 다른 선거에 비해 숫자가 적은 데다 서로 아는 사이다. 자리의 매력과 선거 환경의 특수성이 금품 살포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이라고 경찰은 분석한다.

전국의 농협 조합장 선거는 오는 3월 말까지 전체 조합의 40%쯤인 468개 조합에서 실시된다. 농협은 중앙본부와 일선 조합에서 20일까지 공명선거 대책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조합장 선거 특별대책을 마련 중이다.

중앙본부에 선거관리사무국을, 지역본부·시군지부 및 해당조합에는 선거전담팀을 설치키로 했다. 부정선거 신고포상금제, 선거부정 감시단도 도입해 과열·부정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적극적인 감시와 신고도 유도할 방침이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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