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삼성전자등 반도체주 주로 팔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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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마침내 '셀 코리아(Sell Korea)' 가 시작된 것인가.

지난 7월 이후 약세장에서 유일한 순매수 세력으로 지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외국인들이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최대 매도세력으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이들이 단순한 반도체주식 비중 축소 차원을 넘어 한국에 대한 투자비중 자체를 낮추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 최근 1조원 넘게 순매도=외국인들은 15일 거래소에서 삼성전자 등을 중심으로 9백7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14일에는 사상 두번째로 많은 3천6백7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7, 8일에도 각각 2천4백70억원, 1천1백74억원을 팔아치웠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31일 2천9백74억원어치를 쏟아낸 뒤 최근 9일(거래일 기준) 동안 6일 하루를 빼고 순매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31일부터 외국인 순매도는 1조2천9백여억원으로 지난달 순매수 금액(1조3천2백98억원)에 근접했고 월별로도 올들어 처음으로 순매도로 돌아섰다.

◇ 왜 파나=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집중적인 매도가 반도체 관련 업종의 실적둔화 전망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반도체주 보유비중을 낮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31일 이후 삼성전자주 1백76만주와 현대전자주 5백60만여주를 매도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여기에 지난 7월 이후 삼성전자를 35만원 전후에서 사들였던 외국인들이 주가 폭락으로 손절매에 나선 물량도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

또 경기 정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가마저 폭등해 성장세가 둔화되리라는 예상과 금융구조조정을 비롯한 경제개혁이 지지부진한 점도 매도세를 부추겼다.

이런 요인들이 선물.옵션 만기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과 겹치며 대량 매도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 계속 팔까=최소 한두달은 매도세가 지속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다수 의견이다. 지난해 5월 순매도로 돌아선 뒤 10월에야 다시 사기 시작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아예 한국시장을 떠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가 20만원선이 깨지지 않는 한 아직은 '셀 코리아' 로 볼 수 없다" 는 입장.

그는 "파는 종목이 반도체 등 일부에 한정돼 있는 데다 아직 대규모 자금유출 조짐은 없다" 며 "반도체를 대체할 종목을 찾아 나설 것" 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대신경제연구소 신용규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 대신 살 만한 주식이 있느냐" 며 "유가와 성장둔화 등 거시변수 악화는 반도체 경기 전망보다 훨씬 위협적" 이라고 우려했다.

교보증권 임노중 연구원도 "신흥시장의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어 외국인들이 미국 등 안전한 곳으로 발길을 돌릴 유인이 충분하다" 고 전망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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