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시장 '춘추전국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다소 과장하자면, 자고 나니 새로운 어린이책 출판사들이 생겨나는 형국이다.

기존 메이저급 출판사들이 자회사 형태로나, 아니면 성인단행본 출판과 병행한 어린이책 총서 형태로 어린이 책 출판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어린이 책은 최근 1~2년새 가장 성장속도가 빠른 '출판의 신천지' 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어린이 책 출판사는 문지 아이들(문학과 지성사) 주니어 김영사(김영사) 시공 주니어(시공사) 비룡소(민음사) 아이세움(대한교과서) 등이 꼽힌다.

이들은 선발주자들인 창비아동문고(창작과 비평사) 보림출판, 사계절, 한림출판, 푸른책들, 보리, 길벗 어린이, 산하 등과 함께 3세 이상에서 10대 중반에 이르는 '꼬마 독자층' 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불과 몇년전 만해도 생각하기 어려웠다. 1990년대 초반만해도 방문판매 중심의 전집류가 위주였다.

'출판의 꽃' 인 단행본과 서점 중심의 유통 방식으로 돌아선 것은 시대적 추세로 평가된다. 문제는 혹시 '내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부모 마인드를 자극하는 쪽으로 기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어린이 책 붐 현상의 구조적 취약성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전문성을 가진 에디터의 양성 없이 멍석만 벌리는 상황을 지적할 수 있다.

독자층 연령별로 고르게 책이 나오지 않는 '쏠림현상' 도 문제다. 그 결과 초등학교 저학년과 유치원생용 그림책 분야가 과잉 출판되는 현상으로 연결된다. 상황이 그러니 10대 초반을 위한 책은 드물다.

또 일러스트레이터와 아동문학의 작가층 역시 취약하다. 손쉬운 외국물에 너도나도 손을 대기 때문이다. 여기에 어린이책 평론가층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 역시 이 분야의 장기적인 발전을 막고있다.

조우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