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8일 이번 사건을 단순 신종 대출사기극으로 규정하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법조계 인사 등은 "납득키 어려운 수사결과" 라고 실망하면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특히 참여연대.경실련.환경연합.여성연합.한국YMCA.녹색연합 등 6개 시민단체는 이날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특별검사제 도입 등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수백억원이 불법 대출됐고 그 이면에 권력의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큰데도 수사결과는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고 주장했다.
◇ 중간 수사결과 발표〓검찰은 "신창섭(申昌燮.48.구속)전 서울 관악지점장이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47.구속)씨와 공모해 은행 자금을 사금고처럼 운용하는 새로운 수법의 대출사기극을 벌였다" 고 밝혔다.
검찰은 "申씨가 박지원(朴智元)장관의 조카라고 사칭한 혜룡씨의 배경을 믿고 기본 서류조차 없이 4백66억원을 불법 대출했다" 며 "또 대출금 전액을 지점장이 멋대로 입출금했고 이중 일부를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기업가같은 행태를 보였다" 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朴장관이나 혜룡씨의 동생인 박현룡(朴賢龍)전 청와대 국장 등 외부 인사들이 개입된 사실은 찾아내지 못했다" 고 강조했다.
또 "불법대출 과정에서 이수길(李洙吉)부행장 등 본점 간부들이 申씨에게 압력을 가했다고 인정할 자료도 발견하지 못했다" 고 덧붙였다.
검찰은 申.朴씨와 ▶이연수(42.관악지점 기업여신과장)▶김영민(35.관악지점 대리)▶민백홍(40.에스이테크 대표)씨 등 5명을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록정개발 대표 李모씨 등 3명을 배임증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 시민단체.법조계 반응〓경실련은 "이번 사건의 핵심 의혹인 대출동기.대출금 사용처.외압 여부 등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추락했다" 고 지적했다.
민변 윤기원(尹琪源)사무총장은 "검찰이 정치적 외압에 떳떳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저버렸다" 며 "이는 과거 권력형 비리의혹 사건에서 국민에게 남겼던 실망을 반복한 것" 이라고 평했다.
녹색연합 임삼진(林三鎭)사무처장은 "검찰이 불충분한 수사로 스스로 특검제 도입에 대한 반론을 펼 수 없게 됐다" 고 비판했다.
은행원 金모(34)씨는 "일개 지점장이 중소기업에 대해 혼자서, 몇달새 담보 하나없이 수백억원을 사기 대출했다는 것은 금융권의 상식상 이해할 수 없다" 고 말했다.
한양대 법대 오영근(吳英根)교수는 "국정조사.특검제 등의 요구가 나오기 전에 검찰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전면 재수사에 나서 국민의혹을 해소하라" 고 밝혔다.
김진원.하재식.정효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