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외압 특검제 도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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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8일 이번 사건을 단순 신종 대출사기극으로 규정하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법조계 인사 등은 "납득키 어려운 수사결과" 라고 실망하면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특히 참여연대.경실련.환경연합.여성연합.한국YMCA.녹색연합 등 6개 시민단체는 이날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특별검사제 도입 등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수백억원이 불법 대출됐고 그 이면에 권력의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큰데도 수사결과는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고 주장했다.

◇ 중간 수사결과 발표〓검찰은 "신창섭(申昌燮.48.구속)전 서울 관악지점장이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47.구속)씨와 공모해 은행 자금을 사금고처럼 운용하는 새로운 수법의 대출사기극을 벌였다" 고 밝혔다.

검찰은 "申씨가 박지원(朴智元)장관의 조카라고 사칭한 혜룡씨의 배경을 믿고 기본 서류조차 없이 4백66억원을 불법 대출했다" 며 "또 대출금 전액을 지점장이 멋대로 입출금했고 이중 일부를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기업가같은 행태를 보였다" 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朴장관이나 혜룡씨의 동생인 박현룡(朴賢龍)전 청와대 국장 등 외부 인사들이 개입된 사실은 찾아내지 못했다" 고 강조했다.

또 "불법대출 과정에서 이수길(李洙吉)부행장 등 본점 간부들이 申씨에게 압력을 가했다고 인정할 자료도 발견하지 못했다" 고 덧붙였다.

검찰은 申.朴씨와 ▶이연수(42.관악지점 기업여신과장)▶김영민(35.관악지점 대리)▶민백홍(40.에스이테크 대표)씨 등 5명을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록정개발 대표 李모씨 등 3명을 배임증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 시민단체.법조계 반응〓경실련은 "이번 사건의 핵심 의혹인 대출동기.대출금 사용처.외압 여부 등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추락했다" 고 지적했다.

민변 윤기원(尹琪源)사무총장은 "검찰이 정치적 외압에 떳떳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저버렸다" 며 "이는 과거 권력형 비리의혹 사건에서 국민에게 남겼던 실망을 반복한 것" 이라고 평했다.

녹색연합 임삼진(林三鎭)사무처장은 "검찰이 불충분한 수사로 스스로 특검제 도입에 대한 반론을 펼 수 없게 됐다" 고 비판했다.

은행원 金모(34)씨는 "일개 지점장이 중소기업에 대해 혼자서, 몇달새 담보 하나없이 수백억원을 사기 대출했다는 것은 금융권의 상식상 이해할 수 없다" 고 말했다.

한양대 법대 오영근(吳英根)교수는 "국정조사.특검제 등의 요구가 나오기 전에 검찰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전면 재수사에 나서 국민의혹을 해소하라" 고 밝혔다.

김진원.하재식.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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