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현재 권력 vs 미래 권력 관점서 본 ‘세종시 정치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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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한 권력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50%대를 넘나든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높은 지지율과 더불어 이 대통령에겐 이미 성취했고 정치인이 아니다란 이미지가 있다”며 “역대 대통령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도 차기 주자군 중 부동의 1위다. ‘여의도 권력’으로까지 불린다. 이런 두 사람의 세종시 인식은 정반대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이) 대통령 된 사람으로서 옳은 길”이라고 여긴다. 반면 박 전 대표는 국민적 신뢰만 잃는다고 본다. 박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박 전 대표에게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다가 20∼30분간 열변을 들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불리할 게 없다 두 사람과 가까운 사람들은 이번 세종시 논란을 놓고 제각각 “명분이 있는 만큼 잃는 게임이 아니다”고 말한다. 여권 주류는 “수도 분할이 잘못된 일이란 건 명약관화(明若觀火)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 대통령으로선 명분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수도권 민심을 사는 길이라고도 여긴다. 친박 인사들은 “이참에 충청권 마음을 확실히 샀다”고 강조한다. 박 전 대표 진영에선 기존 지지층인 영남권에 ‘플러스 알파’로 충청권까지 더하면 필승 구도라는 계산법을 말하는 이들도 있다.

지방선거 변수 임박한 6·2 지방선거가 한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양 진영 모두 실질적인 ‘당권’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들의 공천 향배가 정해지고 선거 결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주류 인사들은 “박 전 대표가 친박 진영에서 세종시와 관련해 자신과 다른 의견이 나올 때마다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강하게 부인하는 건 진영 내부를 단속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제법 있다. 친박 진영에선 주류 측이 세종시 논쟁을 통해 정운찬 총리나 정몽준 대표 등 박 전 대표의 대항마를 키우려는 의도도 있다고 보고 있다.

뿌리 깊은 불신 두 사람 사이의 깊고 오랜 불신 탓도 크다. 그건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지금도 친이계는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고 믿는다. 현 정부가 출범한 이래 주요 쟁점 사안에서 박 전 대표가 흔쾌히 도와준 일이 없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반면 친박 진영은 “이 대통령은 결코 박 전 대표가 후임 대통령이 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이 대통령이 대선 당시 말한 ‘국정의 동반자’란 인식을 거둬들였다고 본다.

문제는 세종시 문제가 풀리기 위해선 누군가 양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김형준 교수는 “정치 스타일상 박 전 대표가 물러서긴 힘들 것”이라며 “결국 이 대통령이 양보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지금 그럴 수 있겠느냐”고 회의했다. 결국 두 사람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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